대만 총통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후보들간의 치열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1, 2위간의 표차가 불과 50만표 이내(총 유권자 1496만명)의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만큼 화교 및 소수민족표, 북풍에 따른 경제인 동향, 부동표의 향배 등 조그만 변수도 당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당의 롄잔(連戰),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무소속의 쑹추위(宋楚瑜) 후보 등 ‘3강’은 선거 막판 이들 표를 확보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교표 확보 롄후보 우세▼
▽화교〓해외 거주 중국인은 선거법상 대만에 귀국해 투표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위해 귀국할 화교는 1만여명.
화교표 확보에 가장 유리한 측은 자금이 풍부한 롄후보 진영. 롄후보측은 왕복 비행기 요금은 물론 고급 호텔까지 제공하며 자신을 지지하는 화교의 귀국을 호소하고 있다. 경비는 공식적으로 롄후보 지지단체들이 부담하는 것이지만 직간접적으로 국민당 금고에서 나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이 때문에 금권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금이 딸리는 쑹후보 진영에서는 외국항공사측과 협의, 자신을 지지하는 해외 화교단체에 항공료 할인 혜택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소수민족〓현재 대만에는 약 300만명의 커자(客家)와 25만여명의 가오산(高山)족이 있다. 커자는 17세기경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건너온 사람들. 세 후보 모두 커자들이 주로 사는 신주(新竹) 등을 방문, 고유문화와 풍속 보존을 위한 지원방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보수적이고 친중국적 성향을 띠는 커자들은 대륙출신인 쑹후보를 지지하는 편.
가오산족은 대부분 교통이 열악한 산악지대에 살고 있어 시골 구석구석에 이르는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롄후보가 유리하다.
▼재계선 쑹후보 선호▼
▽북풍〓중국측의 무력행사 위협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층은 중국 대륙에 투자한 대만 경제인들. 대만 해협교류기금회에 따르면 현재 대륙에 진출해 있는 대만 기업은 4만여개. 이들 기업의 임직원으로 대륙에 상주하는 인원은 20만명이 넘는다. 가족까지 감안한다면 이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유권자 수는 1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양안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만 남부의 한 도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후보별 지지율은 가장 온건한 대륙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쑹후보가 1위이며 롄후보와 천후보가 뒤를 잇고 있다.
▽부동표〓23%에 이르는 부동표의 향방은 이번 선거의 결정적인 변수다. 지금까지는 부동표가 야당표로 나타났다.
계엄 등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야당지지 의사 밝히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당의 부패가 선거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과거와 달리 여당을 지지하면서도 이를 떳떳하게 밝히지 않는 사람이 상당수라는 분석이다. 부동표가 반드시 야당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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