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재훈(28)은 2년만에 내는 새 음반(4집)의 첫 걸음을 아예 콘서트에서 시작했다. 새 노래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콘서트를 갖는 것은 일종의 모험인데도 12일 마친 일곱 차례의 콘서트는 거의 만원이었다. 그만큼 그는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새 음반 ‘Believe in 5462’의 머릿곡은 ‘비(悲)의 랩소디’. 슬픈 랩소디란 뜻으로 제목은 어법에 맞지 않지만, 어감을 고려해 이름을 붙였다. ‘비의 랩소디’는 최재훈이 94년 데뷔 이래 불러온 발라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재훈은 “발라드라는 장르의 매력은 변함없는 사랑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최재훈은 그러나 다른 수록곡에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직접 프로듀스를 했기 때문이다. 수록곡 중 구원은 없다고 외치는 ‘사이비 유감’, 마약 중독의 무서움을 지적한 ‘백마’(白魔) 등의 노래는 이전 음반에서 보기 어려웠던 강렬한 록이다. ‘부탁할게요’는 맑은 통기타 분위기의 포크. 가수 활동 7년째. 아직 가창력만큼 시원한 빅히트의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그는 “음반 프로듀스를 해보니 내 길은 직접 노래하는 것보다 제작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한 두 장의 음반을 더 낸 다음 프로듀서로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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