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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극단 미추 '춘궁기' /분단현실 농촌피폐상 그려

입력 | 2000-03-15 19:21:00


‘춘궁기(春窮期)’는 묵은 곡식은 바닥나고 햇곡식은 아직 나오지 않는 때. 일명 ‘보릿고개’로도 불린다.

우리의 현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마른 땅처럼 메마르고 갈라터진 춘궁기를 겪고 있진 않을까.

극단 미추의 ‘춘궁기’(박수진 작, 강대홍 연출)는 남북분단의 비극과 도시화에 따른 농촌의 피폐를 그려 오늘의 우리 현실을 고발한 작품. 1998년 삼성문학상 희곡부문 당선작으로 지난해 9월 서울연극제에서 초연되기도 했으나 봄을 맞아 17∼29일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재공연된다.

무대는 강원도 산골마을 와룡리.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곳 마을 뒷산에 사냥꾼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총성이 잦아진다.

마을 뒤쪽에 재개발구역이 생기면서 담당관청이 이 산의 사냥을 허용한 것. 사냥꾼 총소리에 놀란 큰 할매가 정신을 잃고 반쯤 미친 상태에서 산 속으로 들어가 그 곳에서 전쟁의 총성으로 얼룩진 과거의 환영을 보게 된다.

남과 북, 과거와 현실 등 두 가지 공간과 사건들이 한 무대에서 빠른 템포로 교차한다. 마을을 살리기 위한 와룡리 청년들의 좌충우돌 해프닝과 구어체 대사에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연출가 강대홍은 1986년 극단 미추에 입단, 10여년의 조연출 무대감독 생활 끝에 지난해 9월 이 작품으로 연출에 ‘입봉’했다. 황량하다 싶을 만큼 텅 빈 무대 위에 선굵은 연기를 간결하면서도 속도감있게 전달한다는 평. 화수목 7시반, 금토 4시반 7시반, 일 3시 6시. 1만∼1만5000원. 0351-879-3100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