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음악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게 보람입니다.”
박진용(33)씨의 직업은 중고 클래식 CD점 사장이다. 15일은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그의 음반점 ‘서푼짜리 레코드’가 개업 1주년을 맞은 날.
IMF 경제난이 한창이던 99년초, 그는 평범한 건설회사 직원으로서의 일상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유능한 동료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내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뭔가 취미에 맞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싶었다. 마침 그는 월간 ‘레코드 포럼’등을 통해 음반 평론가로 활약중이었다.
▼모아돈 CD 4000장이 밑천▼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음반을 곧잘 서로 바꾸곤 했던 데 착안했죠. 집에 모아두었던 CD 4000장이 자본이었습니다.”
그의 매장에서는 중고 클래식 CD를 정가의 절반정도 가격에 판다. 매입가격은 판매가격의 절반정도. 매달 1500장 안팎의 CD가 그의 손을 거쳐간다. 짭짤한 장사가 아닐까.
▼정가의 반에 月1500장 거래▼
“고민이라면 재고 부담이죠. 사들이기는 했는데 팔리지 않는 음반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 음악팬들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악팬들은 전문서적 잡지 신문등이 제공하는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
카라얀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처럼 ‘명반’으로 인식된 음반은 수요가 공급에 턱없이 달린다. 그러나 지명도가 낮은 음반은 독특한 매력을 가졌어도 새 주인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말했다.
▼직접 듣고 고를수 있는 장점▼
대형 음반매장에서 한번 들어보지도 못하고 음반을 샀다가 실망한 음악팬이 그의 주 음반 공급원. 그러나 IMF로 인해 소장 음반 대부분을 팔아치우는 가슴아픈 경우도 종종 있다. 한 반백의 노신사는 1000장 가까운 음반을 가져왔다 끝내 놓치고 싶지 않은 음반을 다시 고르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박사장은 그날 값을 후하게 쳐줬다.
그의 매장이 인기있는 것은 음반이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음반이든지 직접 듣고 고를 수 있고, ‘음반 평론가’의 친절한 추천도 들을 수 있다.
단골이라는 한 대학생은 “음악감상을 배우는 학원이라고 생각하고 ‘서푼짜리’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