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마라톤의 영웅, 동생은 시민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대원. 스페인의 유명한 ‘마라톤 형제’가 19일 서울에서 펼쳐지는 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함께 뛴다.
97년, 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을 2연패한 스페인의 ‘영웅’ 아벨 안톤(38)과 그의 동생 카르멜로 안톤(35)이 그 주인공.
아벨은 동아서울국제마라톤 초청 선수지만 카르멜로는 순수 마스터스 참가자. 그는 형과 함께 대회에 나서기 위해 비행기 티켓과 숙소예약 등 대회참가에 드는 모든 비용을 자비부담으로 해 한국에 왔다. 카르멜로의 직업은 특이하게 소방대원. 운동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체육코치이기도 하다. 마라톤은 일종의 취미생활.
카르멜로가 마라톤에 취미를 붙인 것은 역시 형 때문. 5년전 형 아벨을 따라 재미삼아 조깅을 하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졌다.
완주경험은 두 번. 스페인 발렌시아마라톤에 참가해 2시간22분대로 초보자치고는 괜찮은 기록을 냈고 지난해 4월 런던마라톤에선 형과 함께 출전, 2시간30분대의 기록으로 99위를 차지했다. 동아서울국제마라톤이 세 번째 도전인 셈.
“런던은 스페인과 가까워서 별로 실감이 안 났는데 이번에 먼 한국에까지 형과 같이 오니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는 카르멜로는 형처럼 마라톤선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재능도 없는 것 같고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냥 즐기는 데 만족하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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