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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포커스]포르노 방불 '감각의 제국' 심의 무사통과

입력 | 2000-03-16 19:35:00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보류판정이 “그 영화 야하다더라”는 입소문을 낳고 결국 영화 흥행성공으로 이어지는 희한한 마케팅 구조. 전형적으로 이같은 경우를 보여준 ‘노랑머리’ ‘거짓말’과 달리 4월1일 개봉되는 일본영화 ‘감각의 제국’은 ‘개봉전야’가 잠잠해 오히려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76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만든 ‘감각의 제국’은 하드코어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충격적 성묘사로 세계 각국에서 상영이 금지된 문제작.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 번도 등급보류판정을 받지 않았다. ‘거짓말’ 개봉에 반대한 음란폭력성조장매체 대책 시민협의회조차 “‘감각의 제국’ 개봉에 공식적인 대응을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

‘감각의 제국’의 파장이 적은 이유는 수입사 율가필름이 자진해서 영화를 대폭 삭제했기 때문. 율가필름은 이 영화 제작사인 프랑스 아르고스 필름으로부터 101분짜리 필름을 수입, 15분을 삭제하고 일부 장면을 가린 뒤 86분짜리 수정판을 만들어 심의를 통과했다.

등급위의 한 위원은 “대폭 삭제로 표현 수위가 ‘거짓말’과 비슷해진 ‘감각의 제국’이 등급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거짓말’ 등급부여에는 반대했으나 ‘감각의 제국’에는 찬성한 다른 위원도 “많이 삭제됐고,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그린 ‘거짓말’과 달리 성인간의 관계를 다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폭 삭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수정판을 보면 ‘감각의 제국’은 국내 개봉 영화사상 성적 표현 수위가 가장 높은 영화가 될 듯하다. 검찰의 ‘거짓말’ 수사는 끝나지 않았지만, ‘거짓말’은 어쨌건 국내 영화 등급 심의의 폭을 한껏 넓혀놓은 셈이다. ‘감각의 제국’ 뿐 아니라 지난해 프랑스에서 외설시비가 인 ‘로망스’도 ‘거짓말’이후 수입추천 심의를 통과하는 등 현재 노골적 성묘사가 담긴 영화 수입과 등급심의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이 음란물인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음란물에 대한 등급위의 현행 기준은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시키고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며, 선량한 성적 도의감정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고 애매하게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등급위의 한 위원은 “검찰의 ‘거짓말’ 수사가 법원의 판례를 이끌어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