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따라서 뛰어 보세요. 제 시간에 골인할 수 있어요.”
제71회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부문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는 8518명.
이중 풀코스에 도전한 ‘마라톤 마니아’만 해도 3000명이 넘는다.
사실 스스로는 모두 ‘마니아’라고 하지만 이들의 수준은 천차만별. 풀코스를 2시간30분대에 진입하는 ‘프로급’부터 ‘5시간 완주’를 목표로 세운 초보들까지 각양각색이다.
문제는 이들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무리없이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간대에 골인할 수 있느냐는 것. 스스로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빨리 뛰려고 무리를 하다보면 중도에 기권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너무 천천히 뛰면 흡족할 만한 기록이 나오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정된 ‘페이스 메이커’들을 따라 달리다보면 자연히 ‘제 시간’에 골인할 수 있다.
이번 동아마라톤 마스터스에는 4명의 수준급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페이스 메이커’를 자청했다.
이들은 대회 당일 ‘페이스 메이커’라는 배번을 달고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목표 시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달린다. 풍선을 매고 달리기 때문에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띈다.
△마라톤 경력 7년의 박영인씨(36)는 3시간30분대 골인을 목표로 하는 마라토너를 안내할 페이스 메이커. 11차례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는 그는 평소엔 2시간50분대에 풀코스를 돌파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맡기 위해 ‘기록’을 약간 늦출 계획이다. “중간 지점인 25∼30km지점부터는 너무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를 약간 떨어뜨리는 것이 마지막에 지치지 않는 비결”이라고 충고한다.
△4시간 동안 풀코스를 달릴 고형식씨(48)는 보스턴과 뉴욕 마라톤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마니아. 4년 전 107kg까지 나가던 체중을 마라톤으로 70kg까지 줄이면서 마라톤에 재미를 붙였다. 풀코스 완주 13차례. 10km당 55분에 주파하는 속도로 달릴 예정이다.
△박천식씨(52)가 안내할 대상은 4시간30분대에 완주하는 마라토너들.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고, 중간까지는 30분에 5km씩 달리고, 후반에는 약간 더 느긋하게 달린다고 생각하면 4시간30분대 완주는 충분하다”며 “꾸준히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요령을 설명한다.
△골인 지점까지 5시간 정도를 계획하고 있는 ‘초보자’들은 김윤회씨(45)를 따라가면 된다. 김씨는 “초보자들의 ‘오버 페이스’를 막는 것이 페이스 메이커가 하는 일”이라며 “페이스 메이커를 믿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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