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방현석(39)은 80학번이다. 대학 1학년 때 계엄령 철폐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고, 광주의 참극을 뒤늦게 전해 들으며 무력감에 젖었다.
‘새벽 출정’ 등의 단편과 함께 80년대 노동문학의 기수 중 하나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그가 두 번째 장편소설 ‘당신의 왼편’을 내놓았다. 전 2권 해냄 펴냄.
후일담 문학이라고, 우리가 그것을 부를 수 있을까. 후일담이란 회고담이며, 과거를 추억하거나 기껏해야 지나간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방현석의 작품에서 80년대와 90년대는 현재화된 체험이며 앞으로의 일상에 방향성을 제공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주인공은 문학도 현현욱과 음악도 도건우. 예술가로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운명은 군부정권이 들어서면서 송두리째 바뀌어버린다. 현욱은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감옥을 들락거리고, 건우는 산업재해 상담소를 차린다.
혼돈과 회의의 90년대에는 이들의 삶도 일변한다. 현욱은 대기업 회장의 스피치 라이터로서 정체성 잃은 삶을 꾸려나가고, 건우는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외제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힘을 기울이지만 미국 대자본의 힘에 무릎을 꿇고 죽음을 맞는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현욱은 사표를 내고 삶의 방향을 되돌린다. 노동 현장의 현실을 알리는 인터넷 신문을 창간하며 그는 다시 진보를 향한 열망을 불태운다.
“386세대라는 모멸스러운 유행어를 나는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화려한 조명이 비켜가는 곳, 외면당하고 버려진 존재들과 함께 외로움과 모멸을 견디는 것이, 투항을 거부하는 문학의 운명이라고 믿고 싶다.”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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