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KAL) 괌 참사와 관련해 한국인 부상자 및 유족 14명에게 총 3000여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미국 정부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측은 이미 미국 정부와 괌 공항의 민간관제회사인 ‘서코(SERCO)’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상합의금의 최종 책임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대한항공간의 맞소송과 함께 법정공방이 미국 법원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17일 “97년 8월 사고 직후 희생자 및 유가족 100여명에게 합의금 약 300억원을 지급한 뒤 이 돈과 추락한 대한항공기의 기체손상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지난해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내 소송이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소송 상대방은 미국 연방항공국(FAA)과 서코사로 되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괌 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종사의 실수 외에 FAA와 서코사의 부적절한 관리 및 관제체제를 사고원인으로 지적한 만큼 미국 정부와 사고 당시 관제회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부상자 및 유족의 소송을 수행중인 미국 로펌(법률회사) ‘스턴스 앤드 워커’의 대표인 제럴드 스턴스변호사는 이날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부도 조만간 소송을 낸 사고 피해자 100여명과 합의를 끝낸 뒤 대한항공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구상금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또 다른 소송 4건을 진행중인 하종선(河鍾瑄)변호사는 “우리쪽도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중”이라며 “다만 우리쪽 피해자(사망자)들은 대학병원 의사가 3명이고 외국계 증권사 직원이 1명이어서 이미 합의를 끝낸 피해자들보다 더 많은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 로펌을 통해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중인 90여명의 피해자들도 각각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턴스측과 공동으로 소송을 수행중인 법무법인 대륙(대표 함승희·咸承熙변호사)측은 미국 정부로부터 3000여만달러의 배상금을 받기로 합의한 피해자들은 사망자 3명의 유족과 부상자 11명 등 모두 14명이며 이들은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한사람이 50만∼500만달러를 받게 된다. 자녀를 포함한 보상자 총수는 21명.
스턴스변호사는 다른 유족들의 추가소송 가능 여부에 대해 “미국 법상 손해배상 소송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발생 후 1년이 지난 98년 8월 이전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는 다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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