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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 금리인상 강력 규제…주기적 점검통해 안정유지

입력 | 2000-03-17 19:31:00


금융권의 예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잇달아 올리자 금융당국이 은행별 금리동향을 주기적으로 점검, 금리인상 억제에 나섰다.

정부는 1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엄낙용(嚴洛鎔) 재정경제부차관과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심훈(沈勳)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꿈틀댈 기미를 보이던 은행의 여수신금리는 당분간 안정을 되찾을 전망.

금융계는 그러나 “금리를 낮출 필요성이 있더라도 정부가 개별은행의 금리 수준까지 일일이 간섭하면 시장 메커니즘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을 빚을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금리는 떨어져야 한다”〓이종구(李鍾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일부 은행들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모았다”며 “금리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감독원이 ‘지도’ 기능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방침이 알려지자 조흥은행과 한빛은행은 곧바로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각각 0.2%포인트 인하했고 공공기관 등의 거액예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추가금리를 얹어준 다른 은행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 조흥은행은 앞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할 경우 예금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에 따르면 올 1∼2월중 은행 수신금리는 평균 1%포인트 올랐다.

이국장은 “이번 결정은 금융기관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건전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취해진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과정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고채가 회사채보다 훨씬 많이 거래되는 만큼 국고채 금리를 지표금리로 정착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신관치금융 우려〓3년만기 회사채 금리가 두자릿수에 재진입한 이달 14일 재경부 관계자는 몇몇 채권딜러들에게 전화를 걸어 “요즘 금리에 대한 ‘윗분’들의 관심이 너무 커서 고민”이라면서 연 9.1%선에서 거래되는 만기 3년짜리 국고채를 0.1% 포인트 낮은 금리로(비싸게) 매입해줄 것을 권유했다. 채권딜러 A씨는 “한동안 뜸하던 당국의 금리 개입이 재연되면서 ‘관제금리’라는 용어가 다시 유행하는 실정”이라며 “선거가 다가오면서 ‘권유’의 강도가 더 세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손해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예금금리 인상에 나서는 바람에 정부 개입을 자초했다는 자성론도 제기된다. 역마진 발생으로 은행의 적자가 누적돼 부실해지면 이는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좌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 실제로 일부 은행은 1월에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수신경쟁만 없으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는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이라며 “정부의 고충은 이해가 되지만 우량은행들이 이미 금리인하에 나선만큼 시장 자율기능에 맡기고 좀더 기다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