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군(軍)검찰부의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은 전현직 정치인 27명 등 지도층 인사들의 자제 66명을 총선 전에 소환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안에 따라서는 부모도 총선 전에 소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동수사반이 왜 이 시점에 느닷없이 ‘정치인 및 그 자제 소환조사’를 서두르는지 그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관련 정치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은 “입후보 마감 전 야당후보에게 타격을 주려는 기획공작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과 군검찰부는 지난달 초 정치인을 포함한 지도층 인사 119명을 본격 수사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합동수사반이 설치되고 현판식도 거행됐다. 당시에 이미 많은 내사자료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병무비리를 저지른 정치인들의 모습이 곧 백일하에 드러날 것으로 알았다. 본란은 당시 병무비리를 철저히 수사해야 하며 총선이라는 정치적 요인이 수사진행에 영향을 줘서는 안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수사로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도록 특별히 당부했었다.
그러나 그 후 전개된 상황은 요란한 합동수사반의 출범과는 달리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 총선 전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얼마전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병역비리수사를 총선후로 미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후 한동안 조용하던 병무비리 수사의 불씨가 이번 ‘총선 전 소환’ 발표로 되살아난 것이다.
합동수사반 출범 당시와 이번 발표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라곤 수사대상자 수가 줄어든 것이 고작이다. 발표를 한다면 이제는 최종 또는 중간 수사결과가 나와야 할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치인 수가 지난번 54명에서 27명(아들 총인원 31명)으로 줄어든 정도만으로 발표를 사실상 재탕한 것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같아 개운치 않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뭘 수사했느냐”는 고위층의 질책에 따라 ‘총선 전 소환’으로 급선회했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도는 모양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총선용 수사’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
수사대상 가운데 여당후보가 많다면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이 시점에 소환을 감행할 것인지 의문이다.
그저께와 어제 열리기로 돼있던 옷로비사건 첫공판은 검찰의 요청으로 총선 뒤로 연기됐다. 연기시킨 속셈은 뻔하다. 아직도 검찰권이 이런 식으로 행사된다면 검찰의 권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