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미술이 만났을 때.
기상청과 미술관이 공동으로 날씨를 주제로한 전시회를 열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3일부터 4월9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 열리는 ‘일기예보전’. 가장 일상적인 소재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미술관측의 기획력과 기상청의 문화적 센스가 돋보이는 전시회다.
‘일기예보’전은 기상을 소재로 한 각종 작품을 전시한다. 참가작가는 강운 양만기 임근우 오명희 이영희 등 21명. 이들은 평소에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온 작가들.
올해 광주비엔날레 한국대표작가로 참가하는 강운은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통해 짙은 서정성을 표현한다. 빛이 가득한 하늘에 구름들이 휘돌아나가는 모습을 통해 장엄함 그리움 애닯음 숭고함 등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임근우는 기상청에서 얻은 기상화면을 밑바탕에 깔고 그 위에 오래된 돌이나 화석 등을 붙여놓은 작품을 보여준다. ‘고고학적 기상도’라고 명명된 이 작품을 통해 그는 과거와 현대의 대화를 시도한다. 인류역사와 자연이 어떤 상황과 어떤 이미지를 띠고 있는지도 묻는다.
그는 고고학자들의 유적발굴현장에서 약탈과 전쟁, 평화가 공존해 온 인류 역사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다. 그는 각종 작품과 퍼포먼스를 통해 인류 역사와 자연의 현상황을 묻는 ‘자연과 문명의 기상도’를 그려낸다.
이처럼 출품작가들은 ‘날씨’를 통해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하면서 이를 통해 사회와 역사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함께 드러낸다. 양만기의 ‘해일’처럼 역동하는 자연의 힘을 담은 장면도 있고 김지원의 ‘홍수-사진찍기’처럼 자연재해속의 인재(人災)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도 있다. 02-736-4371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