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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빅딜]웹진 사원 김소린씨

입력 | 2000-03-19 19:59:00


웹진 오마이해피(www.omyhappy.com)의 직원 김소린씨(25·thfls@dreamx.net).의 편지쓰기 역사는 초등학교 1학년때 시작된다. 어버이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하는 ‘공식’에 맞춰 쓴 뒤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었다.

중학교때는 친구들끼리 말로 하기 힘든 ‘감수성’을 종이로 써서 나눴고, 고등학교때는 가요책 뒷 부분에 나오는 ‘펜팔을 원하세요?’속의 5, 6명과 한 달에 한 차례씩 볼펜으로 꼭꼭 눌러 쓴 글씨로 요즘 잘 나가는 연예인과 싫어하는 선생님, 찍어놓은 옆반 남학생 얘기를 했다.

1995년 외국어대 독일어과에 입학한 그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96년 4월∼98년 8월, 매달 편지를 15통씩 썼다.

“말로 하면 우스운데 글로만 할 수 있는 대화가 있잖아요. 전 그걸 즐겼어요.”

‘편지광’ 김씨는 그러나 97년 말 이후 단 한 통의 편지도 쓴 적이 없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부터는 모든 편지를 E메일로 대신한 것. 편지를 쓰는 대상도 선 후배, 애인 등 대여섯명에서 불특정 다수로 넓어졌다.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선후배 친구들만 20여명으로 늘었다.

“인맥이 다양해졌어요. 말로 하기 힘든 얘기를 써서 전하는 일이 몇 분 만에 이뤄지니까 감정표현도 더 솔직해지구요. 골똘히 생각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대화하듯이 짧게 많이 쓰기 때문에 문학적 표현보다는 ‘이모티콘(기호나 부호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나 은어를 많이 사용하게 됐지만 오히려 의사전달에는 이게 효과적인 것 같아요.”

팬시점에 진열된 예쁜 편지지를 고르는 기쁨은 검색엔진을 이용해 예쁜 E카드를 찾는 즐거움으로 대신하게 됐고, 종이를 오려서 직접 편지지를 만들던 정성은 그림파일을 이용해 직접 E메일용 편지지를 편집하는 것으로 대신. 그러나 “뭐가 더 좋은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김씨.

“편지는 풀칠을 했다가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뜯어서 다시 쓸 수 있는데, E메일은 ‘SEND’를 누르는 순간 끝이잖아요.”

news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