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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조연]정은표/촌스런 언행 사람냄새 물씬

입력 | 2000-03-20 18:02:00


‘진짜 사나이’(1996년 4월) ‘유령’(1999년 7월) ‘행복한 장의사’(올 1월)에 이어 ‘킬리만자로’(5월 개봉 예정).

정은표(35)의 ‘영화 이력서’는 단 네 편이다. 10여년의 연극 경력 때문인지 영화배우는 그에게 아직 낯선 호칭이다. 하지만 충무로는 최근 등장한 조연급 연기자 중 그를 ‘넘버 원’으로 지목한다. 연극 배우 출신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성장한 송강호(‘넘버 3’ ‘반칙왕’) 설경구(‘박하사탕’) 등을 잇는 개성과 매력의 소유자로 평가한다.

‘유령’ 이후 내리 세 편에 정은표를 기용한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는 “한 마디로 다른 건 볼 것 없고 연기력만 보이는 배우”라고 말한다. 작품과 배우를 보는 ‘눈’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차대표의 찬사다.

연극 무대에서 만났으며 ‘킬리만자로’에서는 함께 배우로 출연 중인 우노필름의 최선중 기획실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은표는 ‘콤플렉스의 배우’다. 1m65의 작달막한 키에 ‘시골틱’하게 생긴 마스크, ‘오리지널 사운드’에 가까운 전라도 사투리까지. 한 마디로 영화배우감은 아니란 설명이다. 그런데 이 약점들이 극 중에서는 무공해성 웃음이나 원초적 분노를 표출하는 훌륭한 재료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정은표를 말하자면 아무래도 지난 1월 개봉됐던 ‘행복한∼’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단순무식하면서도 순수한 웃음이 매력인 시골 청년 대식으로 출연해 조연이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관객 설문조사에서는 주인공 임창정을 제치고 가장 인상깊은 배우로 뽑혔을 정도. 장문일 감독은 “은표는 외적인 조건은 떨어지지만, 순박한 마스크에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진짜 배우”라면서 “연극 무대에서 쌓은 연기력이 만만치 않은데다 엄청난 노력파여서 ‘오래 갈’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죽하면 영화 촬영 때 그의 별명이 가장 밥 많이 축내고, 연락 안되는 배우였을까.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는 충남 논산과 전북 고창의 촬영장에서 아예 살다시피했다. 또 일단 영화를 찍기 시작하면 그 작품에만 몰두, 두문불출하며 연락을 끊어 다른 작품의 ‘힘센’ 감독들을 화나게 만들기도 한다.

요즘 영화 ‘킬리만자로’의 촬영을 위해 강원도 주문진에 머물고 있는 그는 “조연 배우는 돈과 스트레스는 적은 반면 시간은 남는다”면서 “작품 때마다 현장에서 ‘사는’ 것은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