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천재 이종범, 그는 지금 일본 프로야구 2군에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선수로 군림했던 그다. 아무리 일본 프로야구 수준이 한 수 위라고 해도 그의 추락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력으로 보아 절대 2군에 있을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타격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야구를 오래하다 보면 한때 슬럼프는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래서 타격부진만으로 그의 2군 행(行)은 설명할 수 없다.
▷그가 2군으로 밀려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가을훈련이었다. 주니치구단은 훈련참가를 권했지만 이종범은 아버지의 건강악화를 이유로 한국에 가야 한다며 불참했다. 이것이 팀에는 프로선수답지 않은 행동으로 비쳤고 구단측은 이종범 자리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3할대를 친 강타자 딩고를 영입했다. 일본 프로야구에도 외국인선수의 숫자 제한 규정이 있어 그는 2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가을훈련이 뭐기에.’ 이종범이 제기한 당연한 물음이다. 이종범은 감독에게 훈련 불참에 대한 허락까지 받았다고 했지만 구단측 사정은 다르다. 이종범의 타격에 문제가 드러나 보완 훈련을 권했으나 이종범이 거부함으로써 팀 전략상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종범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감독 허락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본인이 꼭 한국에 가야겠다고 하니 감독인들 어떻게 말릴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다.
▷주니치팀의 호시노감독은 98년 부인이 암으로 타계했다는 소식을 더그아웃에서 들었다. 소문난 애처가였지만 야구에 매달리느라 부인을 제대로 간호하지도, 임종을 지키지도 못했다. 닛폰햄의 전임 우에다감독은 몇해 전 자녀들이 종교(통일교)에 빠진 것을 알고 가정을 돌봐야한다며 주저없이 감독직을 사임했다. 진정한 프로라면 어느 한 쪽에 몰두해야지 어정쩡한 태도는 프로답지 못하다는 게 일본 프로야구의 시각이다. 어찌 보면 두 나라의 문화차이일 수 있지만 이종범이 일본에 몸담은 이상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시련을 딛고 당당하게 재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홍찬식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