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번 ‘명사(名士) 오페라’의 주인공은 다이애나 전왕세자빈이 될 것이다.”
1997년 미국 휴스턴에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를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 ‘재키 O’가 초연되자 세계 언론이 보인 반응. 기대에 보답하기 위함일까. 독일 뉘른베르크 오페라가 영국의 전왕세자빈 다이애나의 비극적 죽음을 오페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3월11일 뉘른베르크 극장에서 초연된 슈테판 히페의 오페라 ‘레이디 다이즈’(A lady di es).
제목은 두가지 뜻을 담고 있다. ‘레이디 다이’는 다이애나의 애칭. 그 뒤에 붙인 ‘es’를 연결해 읽으면 ‘귀부인 죽다’라는 의미가 된다.
다이애나를 다룬 오페라가 영어권의 대도시에서 발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 초연된 점은 의외.
오페라의 모습도 음악팬의 의표를 깨뜨린다. 다이애나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명사들의 동정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독일의 노부인 로잘리. 미장원에 들러 ‘다이애나처럼 머리를 꾸며 주세요’라고 주문하는데, 마침 TV뉴스를 통해 다이애나의 사망 소식을 듣고 놀라게 된다. 로잘리 외에 TV 남녀앵커 등이 출연해 대중매체의 자극적 보도태도를 풍자한다.
현지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 ‘뉘른베르크 차이퉁’ 지는 ‘극의 아이러니와 관현악 반주가 결합해 좋은 효과를 낳았다’고 평했다.
오페라는 16세기에 탄생된 후 처음에는 신화나 영웅담에서 소재를 얻었다. 19세기 초중반에는 고전 낭만주의 문학작품에서 소재를 딴 오페라가 유행했고, 19세기 말에는 현실 민중의 삶에서 소재를 찾는 ‘베리즈모’ 양식의 걸작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글래스 ‘해변의 아인슈타인’, 도어티 ‘재키 O’등 이른바 ‘명사 오페라(Celebrity Opera)’가 청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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