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채용 과정에서는 입사 희망자들이 면접관 역할을 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2명을 채용한다고 광고를 냈던 이게임네트의 이유재사장은 입사 희망자에 대한 면접을 마치고 이런 말을 떠올렸다.
새로운 인터넷 게임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프로그래머를 긴급 모집했던 이사장은 면접 장소에 나온 입사 희망자 5명에게 궁금한 내용을 물어볼 틈이 없었다.
대학졸업후 실무 경력 2년 미만이었던 이들은 “연봉 5000만원 이상과 스톡옵션으로 자본금의 5%를 보장할 수 있느냐. 3일만 근무해본 뒤 맘에 들지 않아 다른 업체로 옮겨도 받아줄 수 있는가”등의 질문을 한 뒤 이사장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면접시험을 실시하러 나왔던 이사장이 오히려 입사 희망자들로부터 면접을 받은 셈.
벤처업계에서 전문직 종사자들을 구하기 어려워 면접을 볼 때에 ‘갑을 관계’가 뒤바뀌는 풍경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 이사장의 설명.
PC통신업체인 나우누리가 제공하는 ‘사이버 웹 취업정보(go cyberjob)’ 통계에 따르면 웹디자이너에 대한 수요는 3월1일부터 15일까지 모두 980명, 웹마스터는 519명으로 나타났다.
또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가운데 웹 프로그래머에 대한 수요만 230명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이런 직종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반면 구직 희망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직종 전문가들은 전망이 밝은 벤처기업 몇 개를 미리 선정해놓고 벤처기업의 경영진에게 까다로운 입사 조건을 제시하며 역(逆)면접을 실시한다는 것이 벤처업계의 관측. 이들은 그러나 실무 경력이 3년 미만으로 채용을 한다해도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일부 벤처기업은 2월말경 구인 광고를 냈다가 인력을 구할 방법이 없자 인도네시아 등 외국에서 인력을 직접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이들이 국내에는 없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면 취업비자가 좀처럼 발급되지 않는다는 것.
벤처업계 전문직 인력을 중계하는 일부 헤드헌터 업체들은 필요한 전문가들을 소개시켜 주기도 전에 1명당 50∼100만원씩의 ‘회원 가입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 벤처기업 경영자는 22일 “확실한 인력을 소개받을 수만 있다면 웃돈이라도 건네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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