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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버族' 아시나요…돈-성공 대신 여유생활 중시

입력 | 2000-03-23 19:37:00


복잡다난하고 속도가 중요시되는 미국과 유럽사회에서 ‘여유’를 외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개설한 인터넷사이트 등에 따르면 스스로 ‘스카이버(Skiver·게으름뱅이)족’이라고 칭하는 이들은 명상이나 요가, 그리고 가족중심의 편안하고 느긋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 하지만 절대로 게으름뱅이나 한심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고소득을 보장받고 있는 첨단 과학자나 예술가, 그리고 고학력 지식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럽에서는 스카이버족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 ‘아이들러(Idler·게으름뱅이)’가 발행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새로운 출판사를 찾느라 발행이 중단된 상태. 그러나 잡지사 관계자들과 구독자들은 인터넷사이트(www.bigfang.com/leisure/) 등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설파하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지위란 매우 불안정한 것. 사회에서는 청소부처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직업을 깎아내리면서 ‘바보같은 직업’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게 스카이버족의 주장.

이들은 또 “사람들은 일과 여가를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일의 정의 속에는 무보수 노동이나 사랑, 삶의 가치추구가 포함된 것이 아니냐”며 “돈을 버는 것이야말로 하찮은 일인 반면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세상에 대해 연구하며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것일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칭 ‘임금노예로부터의 해방과 대안모색을 위한 모임’(CLAW)이 만들어져 이들과 교류하고 있다.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