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노인과 바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부인 한 노인이 84일 동안 아무 것도 잡지 못하다가 85일 째 되는 날 먼 바다로 나가 사흘 동안의 싸움 끝에 큰 청새치를 잡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멀어 결국 앙상한 물고기 뼈만 가지고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노인과 바다’가 명작으로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진실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위엄과 존엄성은 무엇으로부터 나오는가?’를 생각케 하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배경이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바다가 계속 나오고, 상징성이 강해서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좀 지루하고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이런 작품은 읽기 전에 작품 전체의 의미를 조망할 수 있는 독서활동을 해주면 좀 더 쉽게 작품을 대할 수 있다.
우선 처음부터 노인의 외모를 묘사한 부분(1-2쪽)까지만 읽게 한다. 노인의 몸은 야위어서 앙상한 뼈와 가죽만 남아있고, 목덜미는 쭈글쭈글 주름이 잡혀있고, 뺨은 검게 얼룩져 있고, 손은 사막의 썩은 물처럼 오래된 상처투성이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데 유난히 노인의 두 눈만은 바다와 같이 푸르고 밝게 빛나고 있다고 묘사된다.
흔히 작가는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외모 묘사만을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세계나, 작품에 대한 암시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효과를 노린다. 노인의 외모 묘사만을 읽고 노인의 직업, 나이, 옷, 사는 집, 노인의 처지나 성격을 추론해 보게 하자. 그리고 작가가 노인의 두 눈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강하게 묘사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토의해 보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줄거리를 위에 제시한 정도로만 짧게 알려 준 다음, 노인의 두 눈은 작품의 결말에 대한 어떤 암시를 함축하고 있는지에 대해 토의를 충분히 한 후 책을 읽게 해보자.
내용이 상징적이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작품은 이렇게 책을 읽기 전에 ‘안내해주는 독서토의(Guided Reading)’방법으로 접근하면 보다 효과적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정홍택 옮김.
정태선(활동중심 언어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