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포도주의 열을 뜨거운 고기로 옮겨 포도주는 더 차갑게 해서 마시고 고기는 더 따뜻하게 해 먹을 수는 없을까.’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욕심쟁이 샤자만왕은 이렇게 고민한다. 언뜻 보면 뭔가 있어 보이는 생각 같지만 실은 얼토당토 않은 발상이다. 그게 불가능하란 법도 없을텐데 왜 얼토당토 않다는 말인가.
이 책을 보면 그 원인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것도 매우 흥미롭게.
이 책의 부제는 ‘샤리자드가 드려주는 51가지의 과학 콩트’. 아라비안 나이트, 그 천일야화 속으로 들어가 과학 수학의 원리를 익히게 해준다. 주인공들과 함께 공룡시대를 탐험하거나 우주를 여행하고 온갖 모험을 즐기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열역학 법칙, 양자 이론, 빛의 굴절, 카오스 등의 과학원리를 배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빵을 세 명이 싸우지 않고 나눠 먹는 방법, 불타는 숯불 위를 맨발로 걷는 방법, 아무리 걸어도 닿지 않는 성에 도달하는 방법 등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와 미로찾기 룰렛게임 놀이 같은 이야기를 통해 수학의 세계로 안내하기도 한다.
누군가 1+1/2+1/4+1/8…의 합계가 어째서 2가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절묘한 설명. “공식은 필요없소. 2m 자리 끈을 보시오. 그 길이의 반, 그러니까 끝에서 1m 지점에 표시를 하나 하고 그 절반의 절반, 그러니까 1/2m에 다른 표시를 하나 하고, 그런 식으로 또다른 표시를 해보시오. 그 끈의 모든 조각들의 합이 2m임을 알게 될 겁니다. 이상 끝!”
이처럼 이 책에서의 설명은 알쏭달쏭 알 듯 모를 듯 하면서도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하나 둘, 그 재미있고 신비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딱딱했던 과학 수학의 세계가 어느새 친근하게 다가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342쪽,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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