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의 당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26일 오전4시) 극동 지역을 시작으로 26일 오후 8시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일제히 투표가 실시됐다. 러시아 당국은 체첸 반군의 테러를 우려해 전국 투표소에 46만명의 군경을 배치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은 푸틴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하느냐 여부.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26일 8명의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푸틴이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해 내달 16일 결선 투표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
○…푸틴은 오전 11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4시30분)경 모스크바 가가린구의 2026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서 “나는 러시아의 미래를 위해 투표했다”고 자신만만한 표정.
그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교외로 나가 사우나를 즐긴 뒤 개표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면서 “지금은 전투 상황이 계속되는 듯한 기분이며 대권을 노리는 마당에 다른 기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알렉산드르 베쉬냐코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6일 오전 “극동 지역의 투표 진행상황을 볼 때 투표율이 지난해 12월 19일 총선 때의 62%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 선관위는 27일 오전 3시(한국 시간 오전8시)경 50% 가량이 개표되고 27일 오전 9시경이면 90% 정도가 개표돼 당선자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부패, 범죄와 경제 혼란 등 ‘러시아병’을 고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그러나 지식인층에서는 푸틴이 집권하면 옛 공산주의 시절의 철권 통치가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
○…선관위는 328m 높이의 모스크바 오스탄키노 방송 타워에 내외신 기자를 위한 정보 센터를 설치해 투개표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 이곳에는 50개국 2000여명의 외신기자가 몰렸지만 선거가 일방적인 푸틴의 독주탓인지 96년 대선때보다 취재 열기를 느낄 수 없는 상황.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 기구에서 파견된 1000명의 외국인 참관인단도 투개표 과정을 지켜보았으나 이는 96년의 절반 규모에 불과해 러시아 대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었음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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