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혐의로 도피중인 박노항(朴魯恒·49)원사가 서울시내의 한 병원과 짜고 컴퓨터 단층촬영(CT)필름을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병역 의무자에게 면제 판정을 받게 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병역비리 합동수사반(공동본부장 이승구·李承玖 서울지검 특수1부장, 서영득·徐泳得 국방부 검찰부장)은 25일 박원사와 짜고 병역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서울 신화병원 전 방사선 실장 박홍기씨(49)를 구속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박씨는 97년 10∼12월 박원사가 보낸 병역의무자 김모씨 등 7명에게 본인이 아닌 허리디스크 환자의 CT필름을 제공해 병역을 면제받도록 하고 박원사로부터 건당 100만원씩 모두 700만원을 받은 혐의다.
합수반은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CT필름 바꿔치기 수법에 실제 병원이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함께 구속된 이 병원 원장 이종출씨(45)는 수도통합병원 군의관 재직 당시 박원사와 이미 병무비리로 체포된 김도술 원사를 알게 된 뒤 93년 방사선실장 박씨와 함께 서울 강북구 S병원장 아들에게 병역 면제용 허리디스크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주고 2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합수반은 이 병원 원장 이씨는 98년 10월 김원사가 체포돼 범행이 일부 드러나자 박실장에게 CT촬영 장부와 필름 판독지를 폐기하고 도피를 지시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경기 시흥시의 한 병원에 취업을 알선하고 도피자금 100만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반은 이씨를 상대로 박원사의 최근 행적과 사라진 CT촬영장부의 행방을 추적중이다.
한편 합수반은 수사대상인 정치인 아들 31명중 11명을 소환 조사했으며 이중 이민경력자와 정신병력자 등 3명을 제외한 8명에 대해 정밀 재검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반은 해외체류자 2명 등 이번 주 출석을 알려온 4명을 조사한 뒤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나머지 16명에게 일괄적으로 재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합수반은 이들의 정밀 재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면제 경위가 확실하지 않은 정치인 아들의 면제 경위를 추적하는 한편 무혐의가 확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본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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