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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개방형 임용제 첫공채 지건길 중앙박물관장

입력 | 2000-03-26 19:57:00


지건길(池健吉·57)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2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 3년의 업무에 들어갔다.

이번 제7대 중앙박물관장은 정부의 개방형 임용제의 첫 케이스로 공채채용 과정을 거쳤다.

지관장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렌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청동기시대 고고학. 68년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직으로 출발해 77년 국립박물관으로 옮겨 국립경주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장과 학예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74년부터 2년간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 루브르연구소에서 근무한 바 있고 98년부터는 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을 맡고 있다가 20일 귀국했다. 서울 경복궁 서쪽에 있는 중앙박물관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관장을 만났다.

-7대 관장직은 서울 용산에 건립 중인 새 국립중앙박물관(2003년12월 개관 예정)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학예직 인력 부족, 동양관 전시 유물 부족 등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새박물관 지금의 5배규모▼

“새 박물관은 지금의 5배 규모입니다. 학예직만 200여명이 필요합니다. 현재 40명밖에 안되는 실정입니다. 2003년까지 매년 40∼50명을 확보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능 불가능을 논할 때가 아닙니다. 양질의 전문인력 확보가 제1의 과제입니다. ”

-새로 설치하는 동양실의 경우, 전시 유물 확보도 보통 일이 아닐텐데요.

“그렇습니다. 특히 중국 일본 동남아 유물은 절대 부족입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유물을 수집하겠지만 외국 박물관 소장 유물을 대여 전시하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특히 우리 문화재를 대여해 전시하는 외국 박물관과 협조해 그곳에 있는 동양 유물을 빌려와 전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 스위스 취리히 리트베억 박물관측으로부터도 호의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동양실 유물 크게 부족▼

-유물 만이 아니라 국내엔 중국 인도 일본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 자체가 절대 부족한데요. 혹시 외국인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프랑스에는 동양미술을 전공한 고급인력이 많습니다. 한국인 유학생도 있고요. 그들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박물관에도 외국의 전문인력이 들어오고 그들과 우리의 큐레이터들이 함께 일하는 기회가 올 지도 모른다.

-프랑스는 문화재 선진국인데, 그곳의 박물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면

▼전시실 패널 너무많아▼

‘국민과 가깝다는 것입니다. 열린 박물관,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박물관이라는 점이죠. 우리도 박물관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박물관에서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흥미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시실 패널 얘기를 해볼까요. 우리 전시실엔 패널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관람객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읽어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죠. 외국 박물관엔 패널이 우리처럼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용산의 새 박물관엔 교육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그외의 전시공간은 부담 없도록 꾸미겠습니다.”

그는 또 “전시유물을 전량 슬라이드화해서 필요한 사람 모두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하나 둘씩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늘려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전시 역시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기획하겠다는 의욕도 갖고 있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