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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인터뷰]'에덴의 서쪽'작가 박정애씨

입력 | 2000-03-27 20:12:00


“나는 줄곧 어머니와 내가 질적으로 다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미래를 어머니와 연결시켜 본 적이 없었다.”

박정애씨(30)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에덴의 서쪽’에 나오는 대목이다. ‘엄마와 딸’시리즈를 관통했던 딸들의 말,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와 놀랍도록 닮아있다.

그러나 소설 속의 주인공 윤지는 “딸들을 낳고 나서야 나는 내 속에 언제나 있었던 자궁을, 어머니를 발견함과 동시에 내 몸을 낳아 기른 어머니를 다시 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벗어나려 했으나 끝내 벗어날 수 없었던, 기실은 자신을 키우고 성장시켰던 탯줄이 어머니로부터 그 딸로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선이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어머니를, 여성다움을 거부하고 싶었던 작가가 사용하는 쫄깃하고 싱싱한 경북 청도의 사투리와 속어가 다 어머니 똥님으로부터 ‘얻은 것’이듯이.

‘페미니즘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도발적 문구를 달고 있는 ‘에덴의 서쪽’은 이제까지의 역사란 ‘에덴의 동쪽’에서처럼 카인과 아벨로 대표되는 남성의 계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놓인, 엄마와 딸이 풀어내는 여성의 역사가 새로운 모성의 가능성과 함께 오롯이 담겼다.

미천한 출신으로 배움도 짧지만 질긴 생활력과 생명력을 지닌 엄마 똥님. 딸만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많이 배워라. 많이 경험해라. 내매로 거무칙칙하게 꺼끌꺼끌하게 살지 말고 윤이 반드르르하이 나구로 함 살어봐라”며 ‘윤지’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엄마를 거부했던 딸이 엄마와 화해하는 시점은 어디일까. 작가는 ‘어머니되기’라고 답한다. 그리고 21세기 모성의 생명력에 대해 이렇게 내다봤다.

“이전까지 모성의 역할이 인식의 광채를 쐬지 못한 ‘축축한 굴’이었다면 우리 세대의 모성의 역할은 ‘촉촉한 대지’ 쯤 되지 않을까요.”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