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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가축怪疾 파문 확산…장기화땐 연쇄도산 우려

입력 | 2000-03-29 19:46:00


경기 파주시에서 발생한 가축전염병 ‘의사(擬似) 구제역’ 파문이 갈수록 확산돼 국내 축산농가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다음주에 이 병이 구제역으로 판명될 경우 소 돼지 사슴 양 멧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네발 달린 가축(우제류)은 수출이 전면 중단되고 국내에서도 소비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97년 구제역이 발생한 대만의 경우 축산물 수출 중단에 따라 97년부터 5년간 41조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관련 산업 종사자 18만명이 실직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파주사태는 국내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국산 돼지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27일 모든 한국산 육류의 수입통관을 전면 보류했으며 대만도 28일 국내산 육류의 수입을 보류해 국산 돼지고기 4억1000만달러(약 4500억원)어치를 수출하려던 계획은 큰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30일 오후3시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방역 및 축산농가 지원대책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29일 3000억원의 축산장려기금을 긴급 지원해 일본 수출용 돼지고기 전량을 매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으나 파문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사료를 공급해온 사료업체, 가축을 도축 가공하는 육가공업체와 유가공업체들까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특히 일본과 대만의 돼지고기 통관 보류에 따라 100여개 중소 업체들의 부도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9일 증시에서 관련업체 주식들은 일제히 하락하는 직격탄을 맞았다.

충남 보령시 청소면에서 3000여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있는 이모씨(41)는 “돼지값이 지난주만 해도 ㎏당 1000원 안팎이었으나 구제역 파문이 일자 사흘만에 ㎏당 700원선으로 뚝 떨어졌다”며 “이 같은 하락세가 계속될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의사 구제역이 발생해 106마리의 소가 도살된 파주시 파평면 금파1리 마을에서는 29일에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당국의 방역작업이 펼쳐졌다.

방역당국은 이날 이 지역에 남은 볏짚과 사료 분뇨 등을 소독한 뒤 모두 태우는 작업을 벌여 마을전체가 희뿌연 연기로 뒤덮였다. 파주시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현재 반경 20㎞ 이내의 가축 35만8000마리에 대해 이동을 제한하고 사료 축산분뇨의 수송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반경 10㎞ 이내 가축에게는 예방접종이 진행 중이다.

구제역은 열에 약하지만 공기 물 사람 음식 등 모든 경로를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는 악성 전염병이어서 이 병에 걸린 가축은 도살한 뒤 매립해야 한다.

▲감염고기 먹어도 인체 無害

수의학계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되는 구제역은 가축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겐 전염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교수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기 등 축산물을 먹어도 사람에게는 전혀 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기를 날것으로 먹는다 해도 인체엔 해가 없다”면서 “고기를 익혀 먹으면 완전히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