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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스페셜 '봄·봄', 인간과 자연의 다섯빛깔 봄이야기

입력 | 2000-03-29 19:46:00


불쾌한 황사 바람만이 봄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 ‘MBC 스페셜’(금 밤9·55)에서는 31일 봄을 맞이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자연의 표정 및 풍광을 담은 5개의 미니 다큐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의 다큐 ‘봄·봄’을 방송한다. 5명의 PD가 봄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겨눴다. 최근 시사 고발물에서 탈피해 휴먼 다큐로 초점을 바꾼 MBC 간판 다큐멘터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소재와 형식이다. 각 편의 소제목은 시간의 흐름을 뜻한다.

첫 편 ‘기다림’은 4월 프로야구 개막을 기다리는 잠실야구장에서 1군 진입을 꿈꾸며 땀을 흘리는 2군 선수들의 표정을 담았다. 텅 빈 운동장은 1군 선수들을 위해 새로이 녹색 옷을 갈아입고 있지만 2군들의 ‘마당’은 아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이들의 표정에서 고통이나 짜증을 잡아내지는 않는다.

‘깨어남’에서는 푸른 보리밭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 제주도의 유채꽃을 통해 봄을 알리는 ‘전령’을 잡아냈다. 카메라에 비친 제주도의 모든 생태계는 순식 간에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검푸른 바다 밑의 숭어떼와 멸치떼도 포착했다.

‘성장’은 1997년 출산 당시 0.63㎏이었던 경북 영천 구씨 부부의 네 살배기 딸 도경이의 첫 봄나들이 풍경을 담았다. 엄마의 잦은 유산으로 세상 구경을 못할 뻔했던 도경이는 태어나자마자 3개월 동안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도경이는 부모 앞에서 곰돌이 춤을 추며 재롱을 피우고 아빠와 컴퓨터 게임도 한다.

‘숨바꼭질’에서는 국내에서는 한번도 카메라에 포착된 적이 없는 새와 그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한 다큐멘터리 감독의 ‘사투’를 그렸다. 남해의 외딴 섬에만 서식한다는 천연기념물 243호 흰꼬리수리를 찾아나선 염기원씨는 벌써 한달 반 째 집을 떠나 남해에서 ‘잠복’ 중이다. 급기야는 무인도에서 위장 텐트를 치고 기다렸지만 허탕. 한 어부의 말을 믿고 부둣가를 서성여봤지만 실패. 천신만고 끝에 깎아지른 듯한 바다 절벽에 둥지를 틀고있는 흰꼬리수리 한쌍을 발견하고야만다.

‘통과의례’ 편에서는 고려대 공학부 ‘빵빵(2000)학번’ 영수의 일상을 통해 대학에 봄을 알리는 신입생의 일상을 살펴본다.

기획을 맡은 이주갑 책임PD는 “억지스럽지않은 화면으로 봄의 다양한 풍경을 담으려했다”고 말했다.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