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일대에서 발생한 의사(擬似)구제역(口蹄疫) 파동이 한고비를 넘어섰다. 발생지역 인근의 가축들에 대한 혈청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철저한 방역대책만 갖추면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시름을 놓게 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비록 타지역 확산조짐이 없다 해도 바이러스 분리검사 등을 통한 진성 구제역 여부에 대한 최종 판명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데다 의사 구제역 역시 가축에게는 치명적이어서 그 피해 또한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의 방역체제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져서는 안된다. 가축괴질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인근지역 가축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신고가 이루어지고 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계속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정확한 병명과 감염경로를 하루빨리 밝혀내야 한다. 이번 가축의 수포성 질병이 설령 진성 구제역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발병원인과 감염경로를 밝혀내는 것은 유사한 가축 괴질의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구제역으로 판명되는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번 의사 구제역의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몇가지 추정이 가능하지만 그중에서도 파주시 축산단지와 지역농가가 중국 등 구제역 발생 국가로부터 수입한 건초를 소먹이용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져 감염경로를 둘러싸고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된 건초는 통관과정에서 각종 가축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고 통관돼 의사 구제역 발생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대만의 예(例)에서 보듯 구제역이 축산업에 미치는 파괴력은 가공할 정도다. 아직 정확한 병명도 밝혀지지 않은 의사 구제역 발생만으로도 축산농가와 축산물 수출업체 그리고 사료 가공 정육 식당업 등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과 대만 등이 한국산 육류 수입을 보류하자 가격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의 가축방매로 뜻하지않은 ‘돼지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의사 구제역 파문으로 손해를 본 농가에 피해보상이 이루어지고 있고 축산물 수급안정과 유통과정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 당국의 조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정부 또한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계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산 육류의 금수조치가 조기에 해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