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활을 쏜다. 오전 5시 반쯤 눈을 뜨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집을 나서 인왕산 아래 황학정의 활터로 간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시위를 당기다 보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무념무상의 상태로 빠져든다. 1시간 가량 10순(巡·1순에 5발)을 쏘고 나면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활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90년. 출근 전에 운동을 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고른 게 국궁(國弓)이었다. 혼자 할 수 있으며 심신을 함께 단련할 수 있는 ‘향취 있는 운동’이란 점이 마음에 들었다.
국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활 쏘는 게 무슨 운동이 될까’라고 말하지만 국궁은 그야말로 전신운동이다. 처음 석달 가량 기본기를 배우는 동안 허리띠 구멍이 3개나 줄어들 만큼 운동량이 많았다. 자랑 같지만 국궁을 시작한 이후 허벅지와 팔뚝이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운동 효과도 그만이지만 새벽 찬 공기를 뚫고 날아간 화살이 145m 밖의 과녁에 명중하는 순간 느끼는 희열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할 재주가 나에겐 없다.
국궁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 운동이다. 내가 다니는 황학정 활터의 경우 회원제인데 한달 회비는 3만원이다.
강홍빈(55·서울시 행정1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