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장편소설 ‘우연의 음악’이 번역 출간됐다. 오스터는 ‘리바이어던’ ‘미스터 버티고’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 영화 ‘스모크’의 시나리오작가로서 영화팬들에게도 그의 독특한 체취는 낯설지 않다.
책의 주인공은 전직 소방관 나쉬. 얼굴도 모르는 부친에게서 20만달러나 되는 유산을 상속받은 뒤 미국 전역을 차로 돌며 우연히 얻은 소득을 소진한다. 수중에 불과 만몇천달러가 남게 되었을 무렵, 그는 길에서 포커 도박꾼 포지를 만난다. 나쉬는 포지에게 남은 돈을 모두 대고, 벼락부자인 스톤과 플라워의 집으로 포커 대결을 하러 간다.
인간의 운명, 자유와 그로부터의 도피, 고독과 실존 등의 문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페이지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을 독자는 발견하게 된다. 번역자인 황보석은 “이 소설은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우리의 결정으로 생겨나는가 하는, 우연과 선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스터리 등 대중소설이 세를 장악한 미국에서 오스터는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있는 흔치 않은 존재다. 그의 작품에서도 미국 대중소설의 독특한 구조와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지만, 오스터는 다양한 소재와 치밀한 서술형태를 사용해 언제나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독자를 몰아간다. 일상과 신비가 절묘하게 마주치는 그의 독특한 소설세계는 흔히 ‘카프카적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미국 작가로는 드물게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호평을 받는 오스터는 93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을 펴낸 ‘열린책들’은 ‘문 팰리스’ ‘리바이어던’ ‘미스터 버티고’ 등 지금까지 출간했던 장편소설 세 권을 각각 ‘달의 궁전’ ‘거대한 괴물’ ‘공중 곡예사’의 새 제목과 장정으로 다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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