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나의 유일한, 다시는 쓰지 않을, 내 최초이자 최후의 문학적 자서전이다.”
1994년 노벨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나라는 소설가 만들기’(私という 小說家の 作り方)가 번역 출간됐다. 자서전이라지만 일정한 주제에 따라 펼쳐나간 에세이에 가깝다.
어쩌면 오에는 이 책을 통해 ‘소설가가 되는 법’의 강의를 펼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훈이나 가르침으로 보이기를 경계한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며 매력이다.
우연히 또는 필연적으로 마주친 세계 명작들과 이론들을 소개하면서, 주변 환경이 자신의 작품에 끼친 영향과 자신이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형상화되기까지의 지적 궤적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소설가 오에의 특수성이 보편성으로 확대 해석될 위험을 경계하고 있는 듯하다.독자가 눈여겨 읽어야 할 부분은 내러티브 (화법)의 문제. ‘나’라는 1인칭 화법을 사용하면서도 일본의 사소설(私小說)전통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은 그의 작품에 독특한 깊이와 도덕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인용의 빈번한 사용, 서술과 주석(註釋)을 동시에 해나가는 작품전개, 러시아 형식주의가 가르쳐준 ‘낯설게 하기’의 깊은 의식 등은 그가 설명하는 ‘소설가 오에 만들기’의 과정인 동시에 우리의 젊은 작가들이 한번쯤 주목해볼 만한 방법론이 아닐까. 오에가 ‘노벨상 수상’에다가 ‘일본작가’라는 두 가지 매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독서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작가로 꼽히지만, 그의 엄격성 뒤에 숨은 보물마저 놓쳐서는 안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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