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국회의원 후보가 돈이나 선물을 준다면 받을 사람 손 들어 보세요.”
3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동 동중학교 2학년 7반 교실.
‘전교조 총선수업’의 일환으로 사회수업을 진행하던 장명재(蔣明在·48)교사가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자 학생 44명 가운데 30여명이 우르르 손을 들었다.
장교사는 손을 든 한 학생을 지목해 이유를 묻자 “돈 받고 안 찍으면 되잖아요. 어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시던데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학생의 답에 잠시 당황스러워하던 장교사는 ‘교육’을 시작했다.
“유권자가 후보한테서 돈을 받으면 반드시 유권자에게 다시 피해가 돌아옵니다. 돈을 뿌리고 당선된 후보는 뿌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나라를 돌보는 대신 이권을 챙깁니다. 이들의 부정부패로 낭비되는 나라 예산은 결국 여러분 부모님들이 낸 세금이 아닐까요.”
수업을 마칠 무렵 장교사가 수업을 시작할 때와 같은 질문을 던지자 이번에는 손을 드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또 “이제 부모님께 올바른 투표를 하시라고 권하겠지요”라는 물음에 학생들은 “예”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교실 문을 나서면서 장교사는 “후보한테서 돈이나 선물을 받고 음식 접대를 받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어른들의 의식과 태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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