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성] 심리분석을 통해 알아본 아내의 바람

입력 | 2000-04-01 23:06:00


"여자는 어떤 경우에 외도를 할까" 외도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남성'이다. 그만 큼 외도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의 외도가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며 공공연하게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상담기관과 심리학자의 분석을 통해 여성 외도의 현 주소와 그 내면을 알아보았다. 최근 아내의 외도를 소재로 한 영화 에 이어 유명 탤런트 부인의 외도가 보도되며 여성의 외도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 해피엔드>의 여자 주인공은 끝내 남편에 의해 살해되었고, 유명 탤 런트 부인은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서 여성의 외도는 남성의 외도에 비해 더욱 큰 관심거리이며 비난의 대상이 된다. 남성의 외도는 ‘한 번쯤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고 인정되는 반면 여성의 외도는 ‘부정한 짓’ 내지는 ‘추태’로 여 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외도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의 조사에 의하면 1998년에 외도와 관련된 상 담이 총 8백31건이었고 그 중 여성의 외도 상담은 8.03%를 차지했 다. 그러나 99년에는 총 8백30건의 외도 상담 중 여성의 외도 상담 이 9.13%를 차지해 전년보다 늘어났다. 또 도 최근 하 루 20여 건의 상담 중 부부갈등이 70%를 차지하고, 이중 아내의 외 도로 인한 가출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여성들은 어떤 경우 외도를 하게 되고, 그 속마음은 무엇인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례1. "실직한 남편과 불화중에 새로운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연(33.가명) 대학 시절 소문난 캠퍼스커플이었고 결혼 후에도 잉꼬부부로 알려졌 을 정도로 남편과 사이가 좋았던 이미연씨. 그러나 미연씨는 최근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상대는 같은 직장에 다 니고 있는 2년 연하의 남자 후배. 그와 가까워지게 된 것은 1년 전 남편과 갈등이 커지면서부터다. 남편은 지난 98년 실직 후 심한 자책감에 시달리며 성격이 공격적으 로 변하고 미연씨를 대하는 태도도 냉담해졌다. 처음에는 미연씨도 남편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노력을 했다.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경제적인 어려움도 말하지 않았고 남편이 새로 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1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남편과 각방을 쓰게 되었고 동시에 대화도 끊겼 다. 이럴 때 미연씨에게 힘이 되어 준 사람이 바로 직장 후배였다. 출발 은 우연히 남편과의 문제를 후배에게 털어놓으며 시작되었다. 후배 는 진심으로 미연씨 부부를 걱정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미 연씨 역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답답한 마음을 위로받는 데 의미를 두었다. 그러나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며 남편의 현재 모습과 달리 패기발랄한 그의 모습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가까워지게 되었고 더 이상 남편의 문제가 얘기의 주제가 되 지 않았다. 미연씨는 남편이 어렴풋이 자신의 외도를 눈치채자 솔직히 털어놓고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편이 이렇다할 답을 주지 않아 아직도 이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혼 후 후배와 다시 재결합을 할지 여부 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혼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후 배 때문이 아니며 후배와는 미래를 약속한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 분석 - 사랑추구형 지나친 여성성이나 성고정 관념이 영향을 미친 사례이다. 정도의 차 이는 있지만 여성에게는 사랑받고 보호받고자 하는 심리가 잠재해 있다. 이 여성은 이러한 심리가 일반적인 여성보다 강한 경우. 즉 경제적으로 무능력해진 남편은 이 여성이 생각하는 ‘항상 자신을 지켜주고 이해해주어야 하는 남성’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이상과 부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여성들은 현실적인 사랑보다는 플라토닉한 사랑을 추구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남성들의 경제력을 기준으 로 판단하는 것 같지만 내면에는 충분한 정신적인 교감이 이루어지 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의 자기 중심적인 행동이나 사고가 여성의 이러한 심리를 표출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례2. "남편의 구타를 잊기 위해 다른 남자를 만났다" 권종미(29.가명) 21살에 결혼해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이를 둔 권종미씨. 남보 다 일찍 결혼을 하게 된 데는 아픈 사연이 있다. 지금의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된 것. 상황상 제대로 된 결 혼식을 올릴 수도 없었다. 그래도 종미씨는 당시 상황을 어쩔 수 없 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성폭행 사실을 잊으려 애썼다. 다행히 아이 가 태어나며 결혼 생활도 조금씩 안정이 되어 갔다. 그런데 1년 전부터 남편의 이유없는 구타가 시작됐다. 남편의 구타 가 너무 심해 파출소로 신고를 한 것도 몇 차례. 그러나 신고를 해 도 그때뿐이었다. 헤어질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남편에게 어떤 처벌 을 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남편의 구타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종미씨는 친구에게 우연히 전 화방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게 되었다. 창피한 마음에 맞고 산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던 터에 전화방이 탈출구가 될 것 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전화방에서 종미씨는 한 남자를 알게 되었 다. 그와는 만나기보다는 주로 전화 통화를 오래 했다. 남편이 출근 한 사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괴로운 현실을 조금은 잊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도 오래 가지 못했다. 남편이 종미씨가 전화로 만나는 사 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남편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종 미씨는 전화로 만나던 사람과 일체 연락을 끊었다. 그러나 남편은 전보다 더 심한 구타를 하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종미씨도 이혼 을 고려하곤 있지만 전화방을 이용한 사실이 이혼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까봐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남편이 부도덕한 여자라며 아 이 양육권과 위자료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분석 - 현실도피형 생활이 어렵거나 결혼 생활에 문제가 많을 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보통 구타라든가 고부간의 갈등, 경제적인 어려움 등 자 신이 갖고 있는 불안 심리가 너무 강해서 주체하지 못할 때 다른 것 으로 그 에너지를 전이시키게 된다. 즉 그 불안 심리를 잊고자 술을 마시거나 도박이나 섹스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 심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상당수의 사람에게 존재한다고 볼 수 있 다. 그러나 불안 심리의 정도나 개인차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은 다 르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쇼핑 중독증이나 스트레스성 과식도 이러 한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례3. "자꾸 새로운 사람과의 섹스를 원하게 됩니다" 김진영(34.가명) 대학 2년 때부터 사귀었던 같은 과 선배와 결혼한 김진영씨는 대학 1학년 때 몇 번의 미팅을 했던 것 외에 다른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 었다. 그런 진영씨가 남편 외에 다른 남자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3 년 전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서부터. 남편과 딸 이외에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진영씨는 가게를 하면서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다. 그 중에서 유난히 자신의 가게에 자주 오던 한 남자와 얘기를 나누 게 되었고, 남편이 회사일로 늦게 들어오는 날이나 출장을 간 날이 면 함께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처음에는 자신과 음악적 취향이 비슷해 음악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 누었지만 점점 서로에 대한 묘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결국 술이 취해 여관까지 가게 되었다. 그 일로 진영씨는 너무 큰 죄책감을 느껴 그 남자를 다시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다른 남자들이 자꾸 진영씨의 눈길을 끌었 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나면 그 남자와의 섹스가 연상되면서 남편과의 잠자리가 싫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그 뒤 세 명의 남 자를 더 만나게 되었고, 모두 성관계를 맺었다. 지금은 남편에게 발각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딸에 대한 미안한 감 정,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환멸감 등을 견디지 못해 레코드점을 정 리했다. 그러나 다른 남자와의 섹스에 대한 욕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 분석 - 섹스 추구형 섹스에 탐닉하게 되는 예는 조증(manic) 상태이거나 과거의 경험으 로 인해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에 성 경험이 많았던 사람의 경우, 결혼을 해도 한 사람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외도를 하게 되기도 한 다. 반면 기분이 고양되어 있고 들떠 있는 조증 상태인 경우 이를 주체하지 못해 섹스에 탐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생리 전과 같은 신체적인 변화, 봄이라는 계절적 특수성 등 특정한 상황에서 주기적으로 발생되는 경향이 많으며, 섹스 이외에도 쇼핑 등에 지나 치게 집착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사례의 경우는 두 가지 원인이 복합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과거에 성 경험은 없었지만 우연한 경우에 접하게 된 성 경험 이 조증 상태와 결합되어 지속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례4. "남편의 외도 때문에 만나게 된 남자, 그가 있어서 가정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서은희(32.가명) 서은희씨는 1년 전,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 다. 남편의 외도에 대해 추호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던 은희씨의 충 격은 너무도 컸다. 처음엔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고, 그 여자를 만나서 머리채라도 잡고 싸워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자존심이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혼을 결심한 은희씨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고 혼자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놀러 온 한 남자 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을 이혼녀라고 소개한 은희씨는 새벽까지 그 남자와 많은 얘기를 나눴고 동이 틀 무렵 자신의 방에 함께 들어갔 다. 은희씨는 이미 이혼을 결심한 상태였으므로 그 남자를 거부하지 않았다. 오후에 그 남자는 자신의 명함을 주고 동료들과 함께 떠났 고 은희씨는 그곳에서 이틀 밤을 더 지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남편 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은희씨는 남편으로부터 그 여자와의 관계를 정리 하겠다는 각서를 받고는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은희씨는 아직도 남편 몰래 그 남자와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남 편 외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안정시켜 주기 때문이다. 전문가 분석 - 맞바람형 이런 경우를 심리학적으로 ‘수동 공격성 성격 장애’라고 한다. 개 인의 특별한 정신적인 장애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 해 감정 표현에 제한이 많았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문제다. 남편의 외도로 인한 분노와 억울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공격하지 못하다 보니 감정 해소를 할 수가 없게 되고, 결국 ‘너도 한번 당해 봐라’라는 보복 심리로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따 라서 이는 남편에게 똑같은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주목적인 반 면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또다시 배신을 당할 수 있다는 불 안감 때문에 외도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