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후보 신상공개가 선거초반전의 주요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병역 납세 등의 공개에 이어 전과사실까지 공개될 경우 선거판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어서 각 당은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상내용 공개에 따른 득실도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자체조사결과 후보신상공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수도권 등 접전지역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여권실력자들의 신상문제를 집중 부각시켜 역공에 나서는 등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 신상공개가 ‘김대중(金大中)정권 2년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이라는 총선 쟁점을 희석시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의 초점이 여권의 실정이나 정책 쟁점이 아니라 개인의 신상 문제에 맞춰지면 야당이 누릴 수 있는 ‘실정 프리미엄’을 놓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 무엇보다 총선의 화두(話頭)가 개인 신상문제로 흐르면 선거 막판의 반여(反與) 부동표 흡수에 치명적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자체 분석이다.
그렇다고 후보 신상공개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시비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고민. 지난달 31일 전과 공개에 소극적인 입장에서 ‘정면 대응’으로 선회했다가 다시 2일 ‘여권의 정보독점력에 따른 전과공개 악용’을 우려하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처럼 복잡한 속내를 반영한 것.
따라서 한나라당은 적절한 시점에 여당의 관권 금권선거 문제를 적극 부각시켜 국면전환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총재가 2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신상정보 공개를 야당후보 흠집내기에 악용한다면 이는 신종 관권선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선거 이슈를 우선 신상공개에서 관권선거로 이동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민주당▼
후보 신상공개의 파장을 내심 즐기면서 이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민주당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이나 자민련 후보들에 비해 도덕적인 우위에 있는 데다 후보신상공개 문제가 현장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중앙당 차원의 정책 공방 등이 희석되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
이와 관련, 민주당은 2일 하루동안에만 후보 신상공개와 관련된 논평을 무려 5건이나 발표하면서 한나라당을 집중 공격했다. 김한길선대위대변인이 먼저 “후보기록 공개는 국민의 요구”라고 분위기를 잡았고 박광순(朴光淳) 김현종(金鉉宗)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증여세 탈세후보 7명의 해명과 사퇴를 촉구한다”는 비난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을 물고 늘어졌다. 민주당은 또 이날 소속 후보들에게 재산 형성과정과 전과 등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토록 지시하면서 한나라당측에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3일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대상자 명단발표에 이어 이번주 중 선관위가 전과자료를 공개하면 막판 부동표 흡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선관위와 법무부에 조속한 전과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등 ‘전과공개 특수’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자민련▼
자체분석 결과 한나라당에 비해 ‘납세 0원, 병역면제’ 후보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전체 공천자수 대비 ‘문제후보’ 비율은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 더구나 전과 공개시 타격을 입을 후보들이 적지 않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자민련은 그러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기조 아래 일단 당 차원에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 이한동(李漢東)총재가 2일 “후보들의 병역 납세 전과공개 문제는 유권자들의 알 권리 충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의 올바른 선택권을 위해서도 빨리 공개돼야 한다”고 선공을 편 것이나 이규양(李圭陽)수석부대변인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합동검증반 구성’ 제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발빠르게 대처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
자민련은 이와 함께 납세문제의 경우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종합토지세 납부실적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납세실적을 내부적으로 조사해 금명 발표할 계획. 병역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운동권 출신 386세대의 병역면제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전과공개문제에 대해선 ‘정치보복에 의한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편다는 복안이다.
▼민국당▼
후보자 신상정보 공개로 선거전이 ‘개인 대결’의 양상으로 변함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1대1 구도가 무너질 것이란 게 민국당측의 기대. 따라서 개인신상 정보 공개에 따른 발빠른 대응으로 기존 정당을 압박하면서 차별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민국당이 각 당 후보자들의 신상정보 검증을 위한 공동 진상조사를 제의한 데 이어 세금납부 실적이 전무한 이병석(李炳碩·서울 강북을)후보에게 탈당권유 조치를 내린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
특히 한나라당 후보들이 신상공개로 인해 여론의 비판에 몰리면 영남권의 자당 후보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아래 병역비리 의혹의 중심인물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를 집중 부각시켜 영남권에서의 세(勢) 변화를 노리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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