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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전진우/'李白의 봄'

입력 | 2000-04-02 21:07:00


한 젊은 교수의 시골살이가 봄나물 맛처럼 향긋하게 느껴진다. 월간 ‘신동아’ 4월호에 실린 강수돌교수(38·고려대 국제정보 경영학부)의 ‘서울 떠나살기’ 이야기가 그것이다. 강교수는 지난해 가을부터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신안리의 한 골짜기, 속칭 서당골 귀틀집에서 산단다. 어머니와 아내, 아이들 셋, 강아지 세 마리, 닭 두 마리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란다.

▷그는 매일 아침 신문을 가지러 산길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신문배달하는 이가 마을에서 뚝 떨어진 그의 집이 너무 멀다며 산길 초입의 바위틈에 신문을 끼워놓고 가기 때문이다. 우편배달부도 손을 저어 아랫집과 그의 집 중간쯤에 말뚝을 세우고 엉성하게 만든 우편함을 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문을 가지러 매일 아침 걷는 산길도, 우편물을 찾으러 내려가는 길도 그에게는 새로이 얻게 된 귀중한 삶의 방식이다. 그는 말한다. “간단하고 편리한 것은 대개 생태적인 건강성에 배치된다. 생태적 건강성, 사회적 건강성은 약간의 불편함과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물론 그는 일터(고려대 서창 캠퍼스)가 조치원이기 때문에 시골살이가 실현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결단의 문제, 현재의 삶과 현재의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서 나중에 자기 시간을 찾는다는 것은 말뿐이기 십상이다. 그러니 잃어버린 ‘시간 주권’을 되찾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디지털 시대’에 시골살이 예찬은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나 우리 삶의 가치를 반드시 정보와 속도의 잣대로만 잴 수는 없는 일.

술잔 오고 갈 때 꽃이 벙그네/ 또 한 잔 다시 또 한 잔 취했으니 자려네 자네는 가게/ 내일 아침 오려거든 거문고나 안고 오게.

당나라 시인 이백의 노래처럼 삶의 여백(餘白) 또한 속도 못잖게 소중할지니.

young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