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빙하의 크기를 분석한 결과 19세기 중반 이래 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 말엔 거의 80% 가량 줄 가능성도 있다.”(호주 그린하우스위원회 보고서)
“작년 3월 이후 물고기가 안잡힌다. 물고기가 잡히다 안잡히다 할 수는 있지만 1년 내내 이렇게 안잡히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무슨 이유인지 물고기의 이동 경로가 바뀐 것 같다.”(남태평양 원양어업 기지인 피지의 한 선원)
더욱 빈번해진 사이클론 허리케인 태풍 등 거대한 폭풍, 예기치 않은 폭염과 폭우 가뭄이 발생하는가 하면 유럽산 나비 35종 중 3분의2가 서식지를 북쪽으로 옮겼다는 외신도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적도 부근 동식물의 일부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적도의 북방이동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의 기후 및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또는 ‘지구온난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호주 멜버른 외곽 아스펜데일에 위치한 연방과학연구소(CSIRO/http://www.dar.csiro.au) 대기연구센터. 호주의 내로라하는 기후학자들이 모여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온실가스의 농도 변화를 추적하고 있는 데이빗 에더리지 박사는 “200년전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농도가 ‘의미있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바닷물이 따뜻해져 팽창하기 때문. 여기에 그린랜드와 남극 등의 빙하가 녹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이 곳에는 반대로 눈도 많이 내려 해수면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지는 측정하기 힘들다.
▼온실효과로 기온상승▼
여러 온실가스 중에서도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의 70%, 메탄은 2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존재 또는 온실효과가 없다면 지구의 연평균 온도는 현재의 15도가 아닌 영하 18도로서 생명체가 살 수 없겠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그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
간빙기의 지구가 오랜 기간 조금씩 더워지는 것은 자연적 현상이지만 온난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필립 존스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는 지난 1000년간 가장 더운 기간이었다.
일부 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해 ‘열섬효과(Heat Island Effect)’, 또는 태양 에너지 강도의 변화 등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열섬효과 주장은 열섬효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바다의 온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데다 인공위성의 측정 결과 태양 에너지는 일관되게 지구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확한 기상예측 불가능▼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장 가시적인 문제는 해수면 상승이다. 여기에 예전에 없거나 드물었던 기록적인 기상 이변이 인류를 불안케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볼리비아 베네수엘라에 사흘간 1200㎜ 이상의 집중 호우가 쏟아져 무려 3만500여명이 사망하고 15만여명이 집을 잃는 20세기 남미 최악의 홍수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후학자들은 예기치 않은 집중 호우를 설명하는데 ‘인간 능력의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
빈번해진 폭풍도 심각하다. 피지의 수도 수바에 있는 남태평양 지구과학위원회(SOPAC) 크레이그 프랫 박사는 “바다온도가 27도 이상 높아질 경우 발생하는 ‘열대성 사이클론’이 남태평양 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 이변은 식물 또는 동물 종의 구성 변화 등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전 지구 산림의 30% 가량이 생존의 위협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매연 등에 의해 적응력이 약화된 나무들이 따뜻한 겨울과 추운 여름이라는 기후변화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 지구온난화로 산림이 고사(枯死)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로 닥치고 있다.
▼'환경難民' 분쟁 불씨로▼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각종 재난에 대한 경제적 손실은 매년 선진국의 경우 GDP의 1∼1.5%, 개발도상국 GDP의 5%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계측하기 어려운 잠재적인 손실은 뺀 수치다.
지구 온난화의 최대 피해자는 해안에 인접한 국가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저지대가 물에 잠기면 대부분 해안 저지대에 살고 있는 인구의 3분2가 내륙으로 옮겨가는 21세기형 ‘인구대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해안에 인접한 국가의 대부분이 빈곤국이거나 개발도상국이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환경난민’의 발생은 새로운 국가간 민족간 분쟁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산화탄소 농도 200년간 30% 증가▼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최근 200년 동안 280¤에서 360¤으로 30% 가량 높아졌다. 또 메탄의 농도는 최근 증가 속도가 약간 줄기는 했지만 같은 기간 700¤에서 1700¤로 증가했고 일산화질소의 농도는 275¤에서 315¤로 약간 높아졌다.
이같은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는 온실효과를 더욱 높여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면 수백년전의 대기중 온실가스 성분을 어떻게 이처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을까.
비밀의 열쇠는 남극의 빙하에 있다. 호주 정부가 기후변화 및 지구온난화를 분석하기 위해 남극에 세운 로돔(Law Dome)기지. 이 곳에서 수백m 아래로 구멍을 뚫어 꺼낸 얼음 조각을 케이프그림(Cape Grim) 대기오염연구소와 연방과학연구소(CSIRO), 핵과학기술연구소(ANST0) 등이 분석한다.
남극에서는 눈이 차곡차곡 쌓이는 동시에 얼어붙기 때문에 얼음 속에 미세한 공기 방울(버블)이 생기는데 이 얼음 층을 분석함으로써 그 시대의 대기 농도를 알아낼 수 있는 것. 특히 케이프그림연구소는 1978년 이후 세계 각 지역의 공기를 매년 수집해 밀봉, 보관하고 있다. 수십년 또는 수백년뒤의 후손들이 얼음 구멍을 뚫는 ‘수고’를 덜어주고 보다 새로운 기술로 요즘의 대기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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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지역선 되레 '냉각효과'▼
대기가 오염된 지역일수록 온실효과가 덜하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농도가 짙어지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반면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에어로솔’이라는 미세한 입자들은 오히려 ‘냉각효과(Cooling Effect)’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로솔은 주로 산업화된 도시 또는 공장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희뿌연 연기 같은 것인데 이 미세한 입자들이 태양빛의 일부를 반사시켜 우주로 돌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
우선 에어로솔이 구름의 성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구름을 형성하는 작은 물방울은 보통 청명한 날씨보다 에어로솔 같은 미세한 입자들과 결합될 때 더 잘 형성된다. 결국 에어로솔과 결합된 구름은 맑은 날씨의 구름보다 많은 물방울을 갖게 돼 더욱 빛나면서 보다 많은 태양빛을 우주로 되돌려 보낸다는 설명이다.
그 뿐이 아니다. 에어로솔은 구름이 빗방울로 바뀌는 것을 막는 경향이 있어 구름이 구름 상태로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빛의 반사량을 더욱 증가시킨다. 이같은 에어로솔의 냉각효과는 온실효과의 증대에 따른 지구온난화 현상을 상당부분 상쇄시키며 어떤 지역의 경우엔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 지구온난화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호주 CSIRO의 레온 로츠타인박사는 “에어로솔의 냉각효과는 기껏해야 오염된 지역에 한정돼 있지만 온실가스 농도의 변화 및 그에 따른 온실효과의 증대는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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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의시민연대 자문위원▼
김재현(건국대 산림자원학 교수) 김정인(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김창섭(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협약대책반 정책팀장) 서왕진(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최중기(인하대 해양학 교수) 추장민(베이징대 환경과학센터 연구원) 홍욱희(세민환경연구소장) 홍종호(한양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