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컴퓨터 판매업체인 ‘컴닥터119’의 이병승사장(36)은 지난해 중반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물러갈 기미가 보이자 하마터면 ‘쫄딱’ 망할 뻔 했다.
시중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중고컴퓨터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50여명의 본사직원과 300여개 가맹점을 더 이상 이끌어갈 수 없었다. 이사장은 서둘러 사업 기반을 인터넷으로 바꿨다. 피할 수 없는 ‘빅딜’이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인터넷 컴닥터119’(www.comdoctor119.com)는 여전히 중고컴퓨터를 매매한다. 그러나 모든 거래와 대부분의 애프터서비스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차이점.
과거 중간 유통업자들의 마진 때문에 지역마다 값 차이가 나던 부품을 인터넷으로 주문받고, 용산전자상가의 시세도 인터넷에 올려 많게는 3배씩 차이가 나던 부품값을 평준화시켰다.
직접 고객의 집으로 찾아다니던 AS맨들이 이제는 본사에 앉아 있다. 소비자의 컴퓨터에 원격제어프로그램을 설치해 놓고 인터넷을 통해 원격진단하는 것. 컴퓨터 고장신고의 70%이상이 기계 고장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오류라는 점에 착안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해졌다. 예전에는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컴퓨터를 들고 가서 부품을 교체했는데 이제는 인터넷상에서 컴퓨터 모델과 원하는 사양을 입력하면 즉시 견적이 나오고, 업그레이드를 신청하면 ‘컴닥터맨’이 부품을 들고 집으로 찾아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는 더 어려워졌어요. 조금이라도 불만스러우면 사장 E메일로 직격탄을 날리거든요.”
인터넷으로 바꾼 뒤 수입이 30%가량 늘었다는 이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틀을 빼고 팔기’에도 나설 계획. 유명 작가의 책을 ‘종이는 빼고 글씨만 파는’ 파일 판매방식으로 바꾸는 등 아예 하드웨어는 버리고 소프트웨어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대형 빅딜’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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