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 그는 올해 우리나이로 마흔을 맞았다.
지난해 9월에는 강원도 속초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식도 들렸다. 어떻게 사나…. 궁금해하는 독자들에 대한 응답일까. 그가 새로 선보인 책에는 제목에서부터 개인적인 일상의 내음이 배어있다. 출판사 사회평론이 펴낸 산문집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단순히 ‘속초일기’로만 보아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책을 보아 주었으면 해요.”
그의 말대로 95년 이후 간간이 일간지 시사월간지 등에 발표한 영화평, 여행기 등이 책의 목차를 수놓는다. 그의 작품에 대한 세간의 평에 답하는 글, 컴퓨터나 음악에 대한 단상도 들어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앞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 포도주를 한 잔 들고 (길 건너 학교운동장에서 열리는)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그의 요즘 생활이다.
‘최영미가 속초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지쳤다고 할까요. 자연에서 위로받고 싶었어요. 어릴 때 잠시 살아 친근하게 생각됐고….”
집세가 너무 올라 지방으로 쫓겨간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도 그는 웃음을 섞어 받아 넘겼다.
“두번째 시집이 5만부나 팔렸지만 인세수입이 2500만원 밖에 안됐죠. 그것이 우리 시인들의 현실이예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의 시구절들처럼 직설적이고 솔직한, 때로 도발적인 그의 체취가 묻어난다.
‘애인보다도 낫다/말은 없어도 알아서 챙겨주는/(…)/이게 사랑이라면’ 이라고 컴퓨터를 예찬했던 그이지만 알고보면 윈도 시대에 적응못해 ‘컴맹’에 가깝다는 고백, ‘혼자 사나…’ 라는 이웃의 호기심을 못견뎌 ‘시위용’으로 남의 애인을 빌려 데이트해볼까 궁리까지 해보았다는 부분 등에서는 제목 그대로 ‘우연히 일기를 엿보는’ 듯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시에서 느껴지는 만큼이나 솔직하고 직설적이라고 알려진 그의 모습은 ‘내 아침을 돌려다오’ 라는 제목의 글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이 글에서 자신의 시를 ‘시의 기본도 안돼 있고’ ‘여성성의 문제에서도 전혀 새롭지 않다’라고 말한 문학평론가 김정란에 맞선다.
다른 점은 차치하고라도, 94년 다른 글에서 그의 시를 ‘아름답고’‘여성적인 선택’으로 평했다가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이 부분에 대해 “책에 하고싶은 말을 다 썼으므로 다른 말을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고만 말했다.
책 속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 그는 계속 시를 쓰나? 홍익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의 전공 ‘미술사’를 계속 살려갈까?
“시는 이따금이지만 쓰고 있어요. 때가 되면 묶여나오겠죠. 전공에 묶이고 싶지는 않아요.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마음이 내킬 때 계속 공부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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