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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불편해요]초고속인터넷 설치 늑장…시설확보 뒷전

입력 | 2000-04-03 19:22:00


‘광고는 초고속, 그러나 인터넷망 설치는 초저속….’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서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최근 고속 인터넷 통신망을 설치하려다 낭패를 겪었다.

컴퓨터 10대에 깔린 기존의 인터넷 전용선(128K)을 대체하기 위해 조씨는 D사에 고속 인터넷 통신망 설치를 신청했다.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값도 기존 것보다 50% 이상 저렴했기 때문.

조씨는 혹시 신내동 일대가 인터넷망 연결이 안되는 지역은 아닌지 궁금해서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연결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설치 날짜를 잡았다.

▼불가능지역도 가입 받아▼

그러나 당일 설치하러 온 기술자는 이리저리 건물 안팎을 살펴보더니 “왜 설치가 안되는 지역인데 신청했느냐”고 오히려 타박을 줬다. 조씨는 어이가 없어 다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는 “회사 서류상으로는 분명히 설치가 가능한 지역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발뺌을 했다.

이처럼 고속 인터넷망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인데도 인터넷 통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리하게 설치 약속을 하는 바람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컴퓨터와 인터넷 초고속망을 함께 설치하는 H사의 패키지 상품을 구입한 양모씨(33)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인 설치 계획에 분통을 터뜨렸다. 양씨는 당시 ‘올 1월 서울시내 전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회사 광고를 믿고 가입 신청을 했다.

그러나 설치 시기가 계속 늦어져 양씨는 여러차례 항의를 했지만 “고속 통신망용 모뎀이 없어서 어쩔 수 없으니 기다려 달라”는 대답뿐이었다.

양씨는 “설치에 필요한 시설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광고를 한 뒤 가입자에게 기다리라는 것은 기본 자세가 안된 것”이라며 “초고속 인터넷을 다룬다는 회사가 설치에서는 초저속”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가입자 799명을 대상으로 소비자불만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통 지연’에 대한 불만이 27.5%로 ‘늦은 전송속도’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했다.

▼독촉엔 "기다려라" 발뺌▼

현재 한국통신 하나로 두루넷 등 주요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회사에 설치를 신청했다가 적체된 가입자 수는 각각 5만∼10만명에 달한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그동안 가입자를 모집하는 데 무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올해 안에 1만8000여회선을 증설해 설치와 관련된 적체를 모두 없앨 계획”이라고 말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