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짓는 데 왜 돈을 들이나. 그럴 돈이 있으면 공장설비 늘려야지.”
4일 별세한 고 장상태(張相泰)동국제강회장은 평소 “재계의 위상에 맞는 번듯한 사옥 하나 짓자”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철강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전까지는 다른 사업계획은 생각도 하지 마라”고 입버릇처럼 한 말도 고인의 ‘우직한’ 경영철학을 잘 보여준다.
이런 경영관은 한때 고지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동국제강이 철강 전문기업으로는 국내 최대회사로 성장한 데에는 고인의 이같은 ‘고집’이 큰 바탕이 됐다.
동국제강은 현재 재계 순위 15위의 대기업이지만 대다수 계열사가 철강전문기업이다. 한국재벌의 일반적인 습성인 ‘다각화’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국내 재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특히 무리한 차입경영을 안한다는 원칙은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후 빛을 발해 당시 재계에서는 ‘IMF 고금리를 잘 견뎌낼 기업 1순위’로 동국제강을 꼽기도 했다.
회사처럼 고인도 평소 튼튼한 체질이었으나 올들어 갑자기 건강이 나빠졌다.
고 장회장은 55년 미국 미시간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선친이 창업한 동국제강에 입사하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회사를 세운 건 부친이었지만 회사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고인이었다. 특히 동국제강의 오늘을 있게 한 계기가 된 63년의 최신식 부산철강공장 건립은 고인이 던진 과감한 승부수였다. 철강산업은 무엇보다 과감한 시설투자가 중요하다고 내다본 안목은 적중했고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회사도 비약적인 성장가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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