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전국이 구제역 발생 지역화하면서 축산물 수출은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고 38만8000여가구에 이르는 소 돼지 축산 농가들의 앞길도 막막해졌다.
정부는 발생 지역과 서해안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해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파주에서 처음 발병했을 때 한강 이남은 안전하다며 일본에 대해 부분 수출 재개를 요구하던 입장에서 크게 후퇴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을 정부가 시인한 것.
엄청난 전염력을 갖고 있는 무서운 병인데도 발병하자마자 수출 재개를 선언하는 등 정부가 외형적 과시에 정신을 팔다가 결국 방역에 실패했고 대외적 신뢰도만 떨어뜨린 것이다.
▼3차접종까지 해야 안전▼
▽전국 예방접종의 파장〓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따르면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최선의 방법은 도살 매립이지만 수백만마리를 매립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현실성이 없다. 따라서 차선책이 가축들을 예방접종해 더 이상의 발병을 막는 것이지만 예방접종한 가축들도 같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게 되므로 수출은 불가능하다.
예방접종은 1차 접종 2개월후 2차 접종하고 다시 6개월 뒤 3차 접종을 해야 완전하다는 것이 정설. 경기 파주지역에서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9만여마리를 접종했으므로 전국의 1100여만마리를 모두 접종하려면 1차 접종하는 데만 최소한 3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한꺼번에 접종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접종해 가며 추이를 살펴야 하므로 이후 전개 과정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최대 年3조원 손실"▼
▽경제적 손실〓한국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돼지고기만 연간 10만7000여t, 3억4700만달러(약 4164억원)어치를 수출했으며 국내산 조제분유와 치즈 발효유 등 유제품 수출량도 4400여t에 달했다.
이것이 완전 중단됨에 따라 전국 2만4000여가구에서 사육하는 돼지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힌 셈이다.
가축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통상 국내 소비도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축산 농가와 사료업계 육가공 및 유가공업계 정육점 등 관련 업계의 피해는 엄청날 전망.
한국은행은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국내 소 돼지 젖소 등의 축산업계가 완전 도산하는 최악의 경우 그 피해는 연간 3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축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7% 정도라고 가정할 경우다.
▼축산農 "생산비 수매를"▼
▽축산 농가의 요구〓축산 농민들은 우선 정부의 피해 추산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한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양돈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사료 약품 유통업계를 포함해 연간 10조원 규모다. 이중 30%가 수출 관련 산업이므로 돼지 관련 수출 피해만 3조원 가까이 된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가 수출 돼지 물량을 수매한다고 하지만 사육비 정도로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생산비를 맞춰 줘야 한다는 것.
종돈의 경우는 마리당 300만원에 이르는데 일반돼지와 똑같이 14만3000원으로 수매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낙농육우협회 김인식전무는 “돼지만 수매를 해주고 있는데 소 값이 떨어지고 소비가 위축되면 소도 정부가 수매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축산 농민들은 기본적으로 전국에 철저한 방역 체제를 구축해 구제역 파문을 조속히 끝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