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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언더그룹 '도시락특공대' 2집 'Behind story'

입력 | 2000-04-05 19:54:00


풍류의 ‘3위 일체’가 있다면 이런 걸까.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 그룹 ‘도시락 특공대’가 팀 이름대로 그림(圖) 시(詩) 음악(樂)을 한데 묶은 2집 앨범 ‘Behind Story’(뒷얘기)를 다음주 발매한다.

언뜻 보면 언더그라운드 특유의 기상천외한 발상과 비현실적인 코드만 가득할 것 같지만 ,작업에 참여한 26명의 화가 시인 뮤지션의 면면은 여느 독자적인 화첩이나 시집, 앨범을 능가하는 장인정신과 실험성을 엿보게 한다. 많은 수의 언더그라운드 그룹이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과 별 상관없는 팀 이름으로 팬들에게 ‘공허함’만 심어주었다는 점에서도 ‘도시락 특공대’의 이번 작업은 의미있다.

우선 음악 부문. 세계 3대 프리 색소폰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강태환을 비롯해 ‘산울림’의 김창완, 1세대 포크뮤지션 한대수, 그룹 ‘시나위’의 리드 기타리스트 신대철, 소리꾼 장사익 등이 나섰다. 재즈 풍의 스탠더드 팝으로 일본에서 더 인기좋은 이상은과 평론가로 이름을 떨치고있는 성기완 등도 가세했다. 이 중 가장 귀담아 들을 것은 강태환의 일본 공연 실황을 그대로 옮겨온 8분24초짜리 ‘improvisation’(즉흥연주). 반드시 앉아서 색소폰을 부는 그는 단전(배꼽 인근)을 이용해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쉬면서 빨래판 긁는 소리 등 도저히 관악기 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리듬을 들려준다.

93쪽짜리 ‘속지’에 담긴 15명의 화가와 시인들의 작품은 정교한 콘티를 놓고 작업한 것처럼 적확하게 맞물리는 정서를 보여주어 단순한 ‘악세서리’를 뛰어넘는다. 일장춘몽같은 박형진의 그림은 시인 황지우의 ‘나의 연못, 나의 요양원’과 절묘하게 일치하고, 텅빈 풍경 속의 자화상을 그린 민경숙의 ‘무제’는 “천국은 무관심이다/미친 다음 다음 세상이다”라는 이윤학의 ‘개미’와 잘 맞아떨어진다.

‘Behind Story’를 기획한 ‘황신혜밴드’의 김형태는 “1980∼1990년대 초 암울한 가운데서도 희망의 동앗줄을 놓지 않았던 당시의 청년들이 뜻만 맞으면 언제든 ‘협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적자도 감수했다”고 말한다. 음반가격은 1만3000∼1만4000원 사이에서 결정될 듯.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