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 지음/이룸
신이 작가 배수아의 연인이라면, 그래서 ‘나만을 영원히 사랑하느냐’라고 묻는다면, 실망스러운 대답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이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이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짧고 육체와 젊음은 그야말로 잠깐입니다. 만약 시간이 영원하다면 한 사람을 내 생명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작가의 대답은 이런 것이 되지 않을는지. 어디까지나 책의 내용에 기초한 상상이다.
장편 ‘랩소디 인 블루’, 소설집 ‘그 사람의 첫 사랑’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그가 이번에는 ‘몸’을 이야기했다. 주제가 있는 산문집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
혹 성(性)적 기능만이 두드러진 ‘몸 담론’으로 여기지는 않을 일이다. 육체의 유한함에 대한 사색에서부터 다이어트, 정치인의 섹스어필에 대한 문제 까지 다양한 관심사가 담겨있다. 물론 ‘남녀 문제’에 관한 숙고는 우리 자신이 거기에 대해 갖는 관심 만큼이나 책의 많은 부분에 걸쳐 있다. 그리고 작가의 주장은 종종 뜨거운 요소를 감추고 있다. 도발적이라기 보다는 논쟁적이다.
영화 때문에 종종 우리 자신에게 되묻게 되곤 했던 질문. 친구에게서 성욕을 느낀다면? 작가는 단언한다. “죄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두 사람 관계의 정체성에 의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정말로 성숙한 우정은 이것을 이해할 것이다.”
이 말에 저항감이 느껴지는가. 작가의 부연이 저항감을 덜어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섹스가 쉬운가 친구가 쉬운가. 처음 만난 사람과 섹스는 할 수 있지만 친구는 될 수 없다. 섹스는 잊을 수 있지만 친구는 잊을 수 없다.”
성적 관심사 이외의 주제에서도 그의 시선은 때로 우리 대부분이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건드린다. 우리가 마주대하는 타인은 과연 그의 정신인가 육체인가. 그는 말한다. “의사소통의 기본은 육체다. 사람의 인상이나 말투, 목소리나 태도도 육체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인간이 진정으로 추상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부정적이다.”
그 밖에…. 다이어트는 아름다움을 위한 것인가. 작가는 이제 다이어트가 ‘계층의 문제’라고 말한다. 균형잡힌 몸매는 ‘데코레이션 (장식)이 가능한 계층’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 섹스는 건전하고 정상적이어야 하는가? 그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없는 부분은 자유롭게 비위생적이 되거나 비상식적이 되어도 된다’고 단언한다.
“그것 때문에 죄의식으로 고통을 받는다면 그것은 그의 몫이다. 그러나 하나의 비밀도 가지지 않기를 원하는가?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인격을 진정 원하는가? 진정인가?”
166쪽 6900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