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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방형남/'시시콜콜' 對 '애써 외면'

입력 | 2000-04-07 19:18:00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신문의 날인 7일을 보냈다. 몸담고 있는 동아일보가 1일 창간 80주년을 맞았기 때문인지 독자의 사랑과 격려, 그리고 충고와 비판이 훌륭한 신문을 만드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최근 발생한 구제역에 대한 한국언론의 보도태도는 신문과, 독자인 국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하는 좋은 계기였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일본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나 양국의 보도태도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3월26일 구제역 발생사실이 언론에 처음 보도됐다.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은 이날 조간 제2사회면에 “미야자키현 축산과는 25일 축산농가의 일본 소가 ‘악성 전염병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에서는 이틀 뒤인 28일 “파주에 ‘수포성 가축질환’이 발생해 많은 소가 도살됐다”는 뉴스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구제역’이라는 구체적 병명이 등장했으나 아사히는 기사를 불과 1단 크기로 처리했고, 한국에서는 괴질이 ‘수포성 가축질환’이라는 내용이었는데도 동아일보를 비롯한 많은 신문들이 훨씬 큰 기사로 다루었다.

이후 양국 언론은 더욱 분명하게 다른 길을 걸었다. 본사 도쿄특파원의 보고에 따르면 이후 일본 도쿄의 언론은 이달 3일 미야자키현에서 다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할 때까지 일본 구제역에 대해서는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구제역 관련기사로는 ‘일본 농림수산성은 한국의 젖소에 수포성질병이 발생해 구제역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쇠고기 돼지고기의 수입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마이니치 3월28일 1단)’, ‘대만,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축산물 수입 금지(니혼게이자이신문 3월29일 1단)’ 등 외국 소식이 전부였다.

반면 한국의 언론은 독자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대로 구제역 관련기사를 문자 그대로 폭포처럼 쏟아냈다.

무엇이 이같은 차이를 낳았을까. 한국 언론은 ‘독자의 알 권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구제역 발생의 자초지종을 상세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고 할 수 있다. 또 구제역 발생사실을 보도함으로써 정부가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고, 독자이기도 한 축산농민과 소비자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일깨워주어야 한다는 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반면 일본언론은 한 농림수산성 담당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만 구제역이 발생한데다 나쁜 소문이 확산되면 축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돼 기사를 작게 처리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보도태도가 정답일까. 언론 혼자서 판단해서는 안될 중요한 질문이다. 사실을 그대로 전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확대했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언론, 의도적으로 애써 보도를 외면한 일본언론.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결론을 내리셨습니까. 알려주시면 향후 신문제작을 위한 귀중한 지침으로 삼겠습니다.

방형남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