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더불어 오라클, 시스코, AOL, 소프트뱅크 등 새로운 강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시스코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 총액 기준으로 미국내 1위 기업으로 등장한 네트워크 장비업체이다.
이 책은 인터넷 분야에서 성공 신화를 창조한 시스코의 경영모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원래 시스코는 1984년 스탠퍼드대의 컴퓨터 과학자 5명에 의해 설립된 벤처 기업이었다. 91년만 해도 매출액이 1억 달러였던 시스코가 8년만에 매출액 122억 달러, 종업원 2만3490명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첫째, 속도의 경제(economies of speed)이다. 시스코는 기술이 급변하고 고객의 욕구가 복잡해지는 인터넷 분야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영 전반에 걸쳐 경쟁자보다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시스코는 93년 이래 35개의 기술 기업들을 전격 인수함으로써 자신이 확보하지 못한 기술과 제품을 가장 단기간에 경쟁사보다 앞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시스코의 기업 인수 전략을 A&D(Acquisition & Development: 인수 및 개발)라는 용어로 설명하면서 기존의 M&A(합병 및 인수)와 구별했다.
즉, 기존의 M&A가 부실 기업이나 완성된 회사를 주로 인수 합병하는 반면 시스코의 A&D는 50∼100명의 우수 인력과 핵심 기술을 갖춘 벤처 기업들을 인수해 독립적으로 운영시키는 것이다.
둘째, 시스코는 인재 확보와 육성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시스코가 표방하는 인재 확보의 목표는 ‘업계 최고 10% 이내에 드는 최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스코는 정교한 인재 선발 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A&D 이후에도 구성원들을 신속히 시스코 문화에 접목시키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고급 인력의 이탈이나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셋째, 시스코는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형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직급에 관계없이 광범위한 스톡옵션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은 물론 웹과 같은 분산형 분권형 조직 구조를 통해 팀 단위의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정보 공개와 투명한 경영을 통해 개방적이고 신뢰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켰다. 그 결과 시스코의 사원 당 생산성과 종업원 만족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이면서도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을 가진 시스코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현(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