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사이트’를 표방하는 신라호텔 노블리안닷컴(noblian.com) 김지현씨(24)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한달전 문을 연 이 사이트에서 그가 맡은 일은 웹앵커. 말이 좋아 앵커이지 하는 일은 막일에 가깝다.
인터넷에 올릴 ‘거리’를 찾아주는 사람은 이 회사에 따로 없다. 길을 걷다가도 멋있는 카페가 눈에 띄면 문을 열고 들어가 취재를 한다. 늘 휴대하고 다니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회사에 들어와서는 글을 쓰고 편집을 해서 인터넷에 올린다.
그가 맡고 있는 고정 코너는 두 가지. ‘웹앵커가 만난 사람들’에서는 상류층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사람을 만난다. 가야미디어의 김영철사장, 인기 MC의 김병찬씨 등을 만나면서 한 손으로는 메모를 하고 한 손으로는 디지털비디오카메라를 돌린다. ‘노블리안 라이프팁’에서는 상류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 최근에는 JC와인셀러의 김준철사장을 만나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법에 대한 코너를 꾸몄다.
일에 구분이 모호하다 보니 자연 근무시간도 불규칙해졌다. 출근은 아침 8시에 하지만 퇴근시간은 ‘묻지마’.
그에게도 ‘좋은 시절’은 있었다. 지난해 2월 졸업과 동시에 얻은 첫 직장인 모케이블TV에서 앵커를 할 때만 해도 그는 사생활을 보장받았다. 오전 9시 출근해서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오후 6시부터 20분간 뉴스를 생방송으로 진행한 뒤 ‘칼 6시 반’에 퇴근했다.
스트레스도 거의 없었다. 실적을 ‘쪼는’상사도 없었고, 방송은 한 번 나가면 그만인데다 시청자 수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를 해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바꿨다’. 터질 듯 탱탱한 삶을 위해.
인터넷의 특성상 한 번 제작한 프로그램은 파일로 저장돼 언제든 누구라도 되돌려 볼 수 있다. 때문에 게시판에 오르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시공을 초월한다. 당장은 “잘했다”고 칭찬하던 상사들도 게시판에 이상한 의견이 오르면 그 즉시 김씨를 호출하기 일쑤.
“그래도 바쁘고 숨가쁘게 사는 젊음이 좋다”는 김씨는 “뛴 만큼 확실한 아웃풋이 있는 게 보람 없이 편하게 사는 것 보다 낫다”고 했다.
news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