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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미디어]인터넷-방송 만나는 NHK '지구법정'

입력 | 2000-04-09 20:58:00


일본 NHK의 BS(위성방송)1이 방영하는 ‘인터넷 다큐멘터리-지구 법정’이 인터넷을 이용한 ‘글로벌 포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방송진흥원의 격주간 방송 전문지 ‘동향과 분석’ 최근호는 ‘지구 법정’은 방송 프로가 인터넷과 접목해 전지구적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거대 담론의 장이 될 수 있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지구 법정’(www.nhk.or.jp/forum)은 일본 NHK가 1997년 8월 ‘핵과 인류 1부:핵병기를 묻는다’를 방영한 이래 ‘원자력의 미래를 묻는다’(1998년 8월), ‘생명조작을 묻는다 1’(1998년12월), ‘생명조작을 묻는다 2’(1999년 8월), ‘교육의 역할’(2000년 1월) 등을 방영하며 ‘인터넷+방송’의 지평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음식과 환경의 안전 등을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지구 법정’은 대부분 반년간 홈페이지 상에서 벌어진 세계 시민의 토론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지구법정’ 사이트는 전세계 시민으로부터 모은 의견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제공한다. 여기에 접속한 ‘지구인’들은 이 의견에 대해 각각 찬성과 반대를 표시할 수 있으며, 토론이 거듭될수록 일정한 합의점에 도달하게 된다. ‘지구법정’ 측은 수 십개 국의 사람들이 접속하면서 특정 논제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 법정’의 의미는 기존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낼 수 없는 역동성이 네트 상에 구축되고 있다는 점. ‘지구법정’은 20세기 대중 매체가 엄두를 내지 못했던 ‘글로벌 저널리즘’의 맹아를 싹틔우고 있는 셈이다.

95년부터 인터넷과 방송의 접목 가능성을 모색해온 NHK 교양프로그램부 수석 프로듀서인 가와무라 아츠노리(河邑厚德)는 “인터넷의 특성 중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개인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와무라는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맨처음 방영한 ‘핵과 인류’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중 하나가 ‘에놀라 게이(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군 폭격기의 애칭)와 원폭’ 전을 홈페이지에 마련한 것. 수 십만명이 다녀간 이 전시는 사이버 공간이 아니면 그만한 호응을 얻기 어려웠다.

가와무라는 “디지털화로 인해 새로운 표현의 분야가 발생하지만 디지털은 결국 도구”라면서 “아무리 신기술이라도 인간의 상상력이 뒷받침된 아이디어가 없으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