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은 남북정상회담 합의발표를 환영하면서도 비교적 차분한 반응이다.
재계는 정상회담이 남북경협 활성화에 물론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기존에 추진해온 대북관련 사업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협 활성화에는 걸림돌이 많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경협관련 의제가 타결돼야만 실행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발표가 한국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치적인 성격도 있어 실제로 경협이 얼마나 추진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주요 그룹 움직임▼
정부발표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기업은 대북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현대. 현대는 10일 정부발표 직후 ‘현대 남북경협사업 본격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현대는 정상회담 합의를 계기로 금강산 종합개발사업과 서해안공단 조성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선 금강산지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고 호텔 해수욕장 골프장 스키장, 각종 오락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 현대는 지난해 10월 30년간 독점적 관광사업권과 토지. 시설 이용권을 확보해 놓았다. 또 북한 서해안에 국내 중소기업 850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약 2000만평 규모의 공단을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삼성은 현재 평양시내 2개 공장에서 시제품을 내고 있는 컬러TV 전화기 카세트 등 전자제품 임가공사업을 본격 추진, 5월부터 생산된 제품을 국내로 전량 반입할 계획이다. 또 92년 북한에 진출해 지난해 1500만달러 규모의 연간 매출을 올린 제일모직의 의류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대북경협담당 최길순(崔吉洵)과장은 “3월말 베이징에 설립한 삼성-조선 컴퓨터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센터를 통해 남북 단일 워드프로세서 개발 등 5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는 97년부터 추진중인 20만대 규모의 TV합영공장 설립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상사는 지난해 중유와 화공제품 등을 중심으로 970만달러 규모의 물자 교역과 컬러TV 등 422만달러 규모의 위탁가공 실적을 올렸으며 각종 합영사업과 임가공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남포공단에서 합영공장을 만들어 셔츠와 가방 등 경공업제품을 만들어온 대우는 이번 합의로 제품생산 및 수출에 가속도가 붙기를 기대한다. 한때 대우가 자금사정으로 경협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대우 관계자는 “남포공단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대일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산하 남북경협위원회는 북한출신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한 ‘고향투자방문단’ 사업과 평양사무소 설치를 추진중이다.
▼중소기업▼
대북사업을 해온 중소기업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잘되면 대북사업에 ‘정부보증’이란 날개를 달 수 있게 됐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내달중 금강산 샘물을 반입할 예정인 태창은 “투자보장협정 등 제도적인 장치가 돼 있지 않아 기업들은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사업을 해야 했다”며 정부 차원의 남북경협지원책을 기대했다. 통일그룹 계열 금강산국제그룹도 올초 북한에서 자동차조립공장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갈 예정. ㈜녹십자도 북한에서 혈전증 치료제 의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기업▼
한전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북한에 건설중인 경수로건설 공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남한의 여유전력을 북한에 송전하는 프로젝트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240만달러 상당의 담배제조설비를 공급하고 최근 북한산 담배를 들여온 담배인삼공사는 대북합작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 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도 지난주 대북위탁가공 대책반을 별도로 만들어 경협활성화에 준비하고 있다. 홍지선실장은 “일단은 남한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대북 임가공 중심으로 대북 사업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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