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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존] 잉마르 베리만, 인터뷰 "죽음을 준비한다"

입력 | 2000-04-11 14:04:00


50, 60년대 유럽 예술영화를 이끈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 최근 이상한 인터뷰를 했다. "부패해 가는 육신에 영혼이 갇히는 걸 보느니 차라리 자살을 택하겠다"고. 이런 고백은 지난 4월 5일 스웨덴 방송 TV4에서 방영됐다.

올해로 82살인 베리만은 언론을 피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인터뷰는 절친한 친구이자 , 등에 출연하였던 배우 엘란드 요셉손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어렵사리 승낙을 받아낸 것이다.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베리만은 죽음을 화두로 꺼냈다. "어느날 갑자기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섬뜩해진다. 서서히 죽어가는 영혼이 몸 안에 갇혀 점차 나를 파괴해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두렵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계속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아닌지 나는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나는 단지 그 때까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정신이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옆에서 인터뷰를 함께 진행하던 말로우 폰 시베슈가 "자살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을 때 베리만은 "물론이다. 나로선 쓸데없는 얘기가 아니다. 그게 아주 당연한 귀결이다. 그 삶의 끝을 계획하고 꾸려나갈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정신을 간직해 나가길 빌 뿐이다"고 말했다.

베리만이 연출하는 영화와 연극들에는 늘 비유와 상징이 가득했다. 그의 대표작은 , , 와 등이다. 베리만이 제작한 연극 중 아우구스트 스트린베리의 '유령 소나타'가 최근 스톡홀름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1985년 부인 잉리드가 죽고 나서 자신의 생존에 완전히 무관심하게 되었다는 그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혹독한 일이었다. 잉리드의 죽음은 나를 병들게 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짐이다. 다시는 잉리드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억누른다. 끔찍한 느낌이다 "고 털어놓았다.

변지영(FILM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