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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존/리뷰] 헌티드 힐

입력 | 2000-04-11 14:10:00


배급:CJ엔터테인먼트

감독:윌리엄 말론

주연:제프리 러시, 팜켄 얀센, 피터 갤러허

장르:공포

관람등급:18세 관람가

상영시간:90분

개봉일:4월8일

입소문은 종종 과장되기 십상이다. '헌티드 힐 House on the haunted hill'이야말로 그것의 적절한 예이다. 특히 이 작품이 메이저 영화사인 드림웍스 작품 '헌팅 Haunting'의 저예산판형인데다 그것보다 먼저 기획된 작품이라는 소식은, 이 작품에 대한 일정한 기대치를 갖게 하는데 충분했다. 비주류의 개성같은 것에 대한. 그러나 결론은, 돈 안들여 볼품없는 작품을 만드느니 제값들여 괜찮은 작품을 만드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안좋은 문제는 일반관객들로 하여금 역시 "큰 영화가 최고"라는 인식을 또 한번 갖게 했다는 데 있다.

'헌티드 힐'은 비록 소소한 내용은 달라도 줄거리의 큰 틀에서는 '헌팅'과 다를 게 없다. 오래 전에 폐쇄된 城과 같은 규모의 건물(정확히는 생체실험을 일삼던 한 미친 의학자의 정신병동)이 있고, 이곳에 몇명의 사람들이 찾아든다. 온전히 하루밤을 지내는 사람한테 백만달러씩 지불한다는 어떤 백만장자의 꼬임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한두명씩 죽어 나가고, 살인자는 있는 듯 없는 듯 모호하다. 진짜 유령의 짓인가, 아니면 계획된 살인인가. 여기까지라면 괜찮은 얘기인 것 같다. 그럴듯 하다. 하지만 시나리오상에서만 그렇다는 데 이 영화의 문제가 있다.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영화가 더 무섭지 않다면 그게 과연 공포영화로서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인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 디테일의 문제-백만장자 부부는 왜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지, 성에 모인 사람들 모두, 물론 백만달러에 혹하긴 했지만 그래도 죽음을 무릅쓸 만큼 절박한 개인사들이 무엇인지, 영화는 도무지 친절하지 못하다. 극 후반부에 가서야 등장인물 중 하나가 자신들 모두가 그 옛날 생체실험에 관계했던 의료진들의 가깝거나 먼 친척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지만, 관객들의 졸음을 깨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 되버린다.

'헌티드 힐'은 특수효과 영화로 갈 것이냐, 공포영화로 갈 것이냐의 토론으로 날을 새다 개봉일을 가까스로 맞춘 영화가 되버렸다. 제작자 조엘 실버와 로버트 저멕키스란 이름이 무색할 뿐이다. '샤인'이나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호주 배우 제프리 러시나 주목받는 출연작은 없었지만(007 골든 아이나 라운더스 등) 육체파 연기자로 꽤 개성있었다고 보여졌던 팜센 야켄의 연기도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

오동진(Film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