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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톱 뮤지션들 '음악 양자' 키우기 붐

입력 | 2000-04-11 19:50:00


기성 가수들의 ‘주니어’ 만들기 붐이 일고 있다. 한창 때의 음악적 코드를 스스로 발산하기에는 몸이 ‘늙어’ 대중과의 접점을 찾는 데 한계를 느낀 몇몇 톱스타들이 프로듀서로 전향해 신인들을 발굴, ‘음악적 양자(養子)’를 키워내는 것.

지난달 데뷔하자마자 각종 가요차트에서 약진하고 있는 4인조 보이그룹 ‘문 차일드’는 신해철의 ‘작품’. 신해철은 6개월 동안 전곡의 프로듀스와 믹싱은 물론, 사이버 풍 의상 컨셉에 마이크 쥐는 법까지 가르쳤다. 비록 신해철이 1998년부터 영국에서 익힌 하드코어 테크노(록+랩+테크노)를 10대 용으로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내 마음에 Delete키를 이젠 눌러줘…” 등으로 이어지는 ‘문 차일드’의 노래에는 염세적이면서도 버터 냄새 짙게 풍기는 신해철 특유의 메시지가 꽤 탄탄한 연주력과 보컬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두 달 전 ‘고어 테크노’라는 장르를 들고 나와 15만장을 판매한 4인조 걸그룹 ‘샤크라’는 ‘룰라’와 ‘브로스’의 리더였던 이상민이 A에서 Z까지 기획했다. 타이틀곡 ‘한(恨)’은 이상민이 ‘룰라’ 시절부터 즐겨쓰던 마이너 코드에 일그러지듯 강하게 올라가면서도 민요조 리듬의 랩이 그대로 녹아 들었다. 춤은 이상민의 첫 ‘작품’인 그룹 ‘디바’의 채리나가 맡았고, 의상은 연예계의 베스트드레서이자 그의 연인인 탤런트 이혜영이 담당했다.

2월 데뷔했던 쌍둥이 듀오 ‘량현 량하’는 ‘PJY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를 차린 박진영이 발굴한 경우. 자신의 1집 앨범 중 ‘춤이 뭐길래’를 유년 팬들을 겨냥해 편곡한 노래를 이들이 불러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산에서 춤꾼으로 소문난 이들은 춤이 음악을 압도하는 박진영 특유의 음악적 색깔에 따라 1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파워 댄스를 구사한다.

톱스타들의 이러한 ‘주니어’ 만들기에 대해 가요계는 가수 자신의 음악적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한편, 자신은 이 기간 동안 다른 영역에 도전하기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이상민은 “비슷한 음악적 취향의 가수들이 모인 ‘소집단’의 성격”이라며 “가수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단계부터 신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미리 계획할 수 있어 비용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신해철 측은 “‘문 차일드’의 경우 평소 친분이 있는 제작자의 부탁으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평소 거리감을 느끼던 10대들에게 ‘신해철표’ 음악을 들려준다는 데 의미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들의 음악이 댄스 일변도이고 △일정 수준의 음악적 자질이 검증되기 전 TV용 엔터테이너로서의 가능성만 보고 신인을 가수로 ‘개조’하는 것은 결국 기존의 상업적 제작 매커니즘과 다를 것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우리보다 더욱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 팝계에서도 ‘패밀리’성 음악집단은 역량있는 신인가수들만 뽑아 상업적, 음악적으로 성공시킨다”며 “랩그룹 ‘NWA’의 닥터 드레가 대표적 경우”라고 지적했다.

ddr@donga.com